“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 러OO과 지OO을 소주에 다량으로 타면 ‘정글쥬스’를 만들수 있는데 이것을 마시면 매우 강한 도취감을 즐길 수 있다.”
“마약류는 아무 고통도 느낄 수 없는 환각상태를 유발해 황홀감을 준다. 코OO은 성욕자극제로 체내 에너지의 일시적인 폭발과 환각상태를 유발한다.”
마약 판매 사이트나 불법 다크웹에 올라온 글이 아니다. 검찰 공식 사이트 첫 화면에 버젓이 게재돼 있는 게시글의 문구 중 일부다. 마약사범이 최근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검찰 공식 사이트에 ‘유사 마약을 만드는 법’이나 ‘최음제의 종류’ 등이 적힌 글이 게시돼 있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검찰 형사지식공개 서비스 홈페이지 홈 화면 오른 편에는 인기 지식 게시글이 순서대로 나열돼 있다. 이중 1위는 ‘최음제는 마약이 아닙니다. 다만 마약이 최음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라는 글이다. 게시글에는 최음제의 종류와 효과, 유사 마약인 이른바 ‘정글쥬스’를 만드는 법 등에 대해 적혀있다. 이 게시물에서는 “진정한 최음제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생활”이라면서도 “코OO은 성욕 자극제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체내 에너지의 일시적인 폭발과 자신감을 유발한다. 마OOO는 일반적으로 성감을 고조시키는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오히려 성욕이나 오르가즘의 강조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완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적어 마약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유사 마약 제조 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해뒀다는 것이다. “우수한 감기약인 러OO는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화학 구조는 모르핀계 마약과 매우 비슷하며 강한 중추신경 억제성 진해 작용이 있다. 소주 등에 다량의 러OO과 지OO을 타서 마시는 것을 청소년 사이에서 ‘정글쥬스’라고 하는데 이것을 마시면 상승효과가 있어 매우 강한 도취감을 즐길 수 있다”고 적혀있다. “매우 위험해 혼수 상태나 호흡 마비에서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애초에 이 같은 방법을 적어둔 게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글은 지난 2002년 작성됐는데 20년 간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채 현재까지도 일반 시민들에게 버젓이 노출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는 모방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사이트는 대검찰청 사이트 첫 화면 하단에 연결 배너가 있는 검찰 주요 공식 사이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0년 마약류 사범 적발 인원은 1만8050명으로 전년(1만6044명) 대비 12.5% 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청소년 마약사범은 313명으로 전년 대비 31%나 증가한 것으로 증가했다. 당시 대검은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 검색 등을 통해 호기심에 마약류를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면서도 막상 ‘자기 앞가림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 관련 전문가들은 마약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데도 검찰이 이 같은 정보를 공식 사이트에 버젓이 게시해둔 건 ‘촌극’이라고 말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마약의 유해성을 왜곡해 청소년 등이 마약을 사게끔 만들 수 있는 문제적 게시글”이라며 “이런 식의 글은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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