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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DNA' 실종…삼성물산 패션의 고민

작년 사상 최대 영업익 거뒀지만

영업이익률 5.6% 경쟁사 밑돌아

수입 아미·톰브라운 마진율 낮고

자체 브랜드 갤럭시·빈폴은 부진

실패 위험에 新브랜드 육성 기피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요즘 20~30대가 선호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대표 브랜드다. 모두 잘 나가는 해외 패션으로, 삼성물산이 국내에 공식 수입 판매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은 수입 패션에 힘입어 오랜 침체기를 뚫고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면 갤럭시와 빈폴 등 자체 브랜드 입지는 자연스레 축소됐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패션은 수익성이냐, 패션명가 자존심 회복이냐 선택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 전체 매출에서 수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에서 지난해 30%로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이 2010년대 초반 해외에서 들여왔던 수입 브랜드가 신(新)명품으로 불리며 히트를 친 데 따른 효과다. 실제 지난해 10월 기준 아미와 메종키츠네 매출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200%, 70% 증가했다.

일명 '에루샤'(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로 불리는 전통 명품에 싫증이 난 MZ세대들을 적극 공략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1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대규모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 77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반면 갤럭시와 빈폴 등 자체 브랜드 매출 비중은 90%대에서 70%대로 줄었다. 1983년 론칭한 갤럭시는 국내 신사복 시장을 이끌어온 브랜드로, 삼성물산을 패션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복장 자율화 흐름에 정장 시장규모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19로 결혼식이 취소되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빈폴은 2019년 출범 30주년을 맞아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했지만, 수입 브랜드 공세에 매출신장률이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브랜드 축소는 곧 내부 디자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삼성물산 패션이 2012년 에잇세컨즈 이후 새로 론칭한 자체 브랜드는 온라인 전용 엠비오와 지난해 선보인 여성복 코텔로가 사실상 유일하다. 자체 브랜드보다 수입 패션에 힘을 쏟는 이유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새 브랜드는 시장에서 실패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은 구호 플러스, 갤럭시라이프스타일 등 라인업 확장에만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섬(10.9%), LF(8.4%), 신세계인터내셔날(6.2%)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특히 아미, 메종키츠네와는 라이선스가 아닌 3~5년 단위의 공식 수입 계약을 맺고 있다. 이는 디자인에 관여하지 않고 완제품을 단순 수입해 판매하는 형태로, 마진이 가장 낮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마진은 자체 브랜드가 가장 크고 이어 라이선스, 공식 수입 계약 순"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계약 종료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직구족이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아미와 메종키츠네는 삼성물산 패션의 온라인몰 SSF샵 외에 해외직구 사이트를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5조 14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다. 배송료와 세금, 대행수수료 등을 포함해도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수입 브랜드로 외형을 확장하는 동시에 자체 패션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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