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높아진 변동성 속에 답보 상태를 보이는 증시의 대안으로 해외주식 시장, 그 가운데서도 비상장 종목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640조 원 규모의 미국 장외시장(OTC)을 주 타깃으로 수익률 제고에 나선 서학개미가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으로 미 OTC 마켓에서는 미국을 포함해 유럽과 중국·일본·남미 등 25개 국가의 1만 1630여 개 종목을 매매할 수 있다. 서학개미들의 하루 거래 규모는 2조 원에 달한다. 거래 규모만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1조 5000억 원) 대비 26.6%(약 4000억 원)가량이 늘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OTC 마켓에 서학개미가 몰리는 것은 급격히 커져가는 시장(규모) 확장성 때문이다. 거래 규모의 경우 지난 2017년 2460억 달러(295조 원)에서 지난해 5340억 달러(640조 원)으로 2.2배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20% 이상을 웃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한국판 OTC인 K-OTC도 공모주 열풍 등에 힘입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시가총액은 32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최근 변동성 확대로 증시 수익률이 정체되고 해외 주식 또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 진입이 까다로워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비상장주식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서학개미들이 겨냥하는 장외시장의 투자 대상은 국내외 상장 시장에서 주목받은 업종이나 테마와 유사한 종목들이다. 특히 누구나 알 수 있는 명품주를 소액 투자로 사들이고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빠른 속도로 서학개미들이 유입되고 있다.
미 OTC 마켓에서는 웬만한 명품 기업들이 대부분 거래된다. 아디다스·폭스바겐·포르쉐 같은 독일 기업을 비롯해 루이비통·지방시·펜디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프랑스 패션·뷰티 주식도 구입할 수 있다. 글로벌 업종별 대표 기업인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 러시아 최대 천연가스 업체 가스프롬도 살 수 있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파나소닉과 닌텐도·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식은 물론 텐센트·비야디(BYD) 등 중국 주식 같은 100주 단위로만 매매되는 종목은 소액으로 사고팔 수 있다.
증권 업계도 이들 장외시장 서학개미들을 잡기 위해 OTC 마켓에 대한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 OTC 마켓 그룹과 제휴를 맺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난해 말 개시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업계 최초로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의 강점은 저렴한 수수료다. MTS로 OTC 마켓 주식을 사면 수수료가 0.07%(비대면 계좌 이벤트를 신청할 경우)로 일반 해외 주식과 똑같다. 다른 증권사에서 유럽·동남아·캐나다 등의 주식을 매매할 때 5만 원가량의 최소 수수료가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해외 비상장 종목으로까지 눈길을 확대하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시장이라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종목도 많아 투자 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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