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현지 주민들은 총을 들고 전투 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줄지어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우크라인스카야 프라브다'를 인용해 전날인 일요일에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태운 전세기 수가 역대 최다인 20대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6년 동안 가장 많은 전세기 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시민들은 국가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정치인들과 부자들은 도망치는 모양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사라진 탈출 행렬은 전쟁 위기가 고조된 약 2주 동안 두드러졌다. 우크라이나의 친(親)러시아 정당인 ‘인생을위한야권연단(OPZZh)’의 부대표 이고어 아브라모비치도 전세기를 타고 탈출했다. 그는 전세기를 빌려 당원과 그 가족 50여명을 태우고 오스트리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국가를 버리고 탈출하는 사람들을 강하게 비난하며 “24시간 내로 귀국하라”고 촉구했다. 또 자신의 부인과 가족은 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지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직접 총을 들고 민방위 전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고령의 79세 할머니도 민간 전투 프로그램에 등록했다고 영국 ITV뉴스가 전했다.
할머니는 "난 총을 쏠 준비가 돼 있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집과 도시, 아이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현지 주민은 "아들이 모든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긴장 해소를 위해 러시아와 서방 정상들이 머리를 맞댔을 때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군사훈련이 한창이었다고 ITV는 전했다. 이들은 무기 조립·해체, 탄약 장전, 사격 훈련 등을 받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은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증강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과 외교관, 대사관 직원들을 탈출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가는 하늘길까지 막힐 처지에 놓였다. 네덜란드 항공사 KLM은 지난 12일 서방 항공사 중 처음으로 우크라이나행 노선 운항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었고, 독일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도 우크라이나행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다른 항공사들도 곧 우크라이나로 가는 노선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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