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른바 ‘민족주의 소비’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중국과 미국 등 서방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중국 정부가 민족주의·애국주의를 부추기고 중국 소비자들도 이에 휩쓸리면서다. 여기에 중국산 제품의 품질도 향상되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 운동화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아디다스는 지난 1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티몰에서 매출 4위로 추락했다. 아디다스와 양강 체제를 형성했던 나이키도 같은 시기 3위로 밀려났다. 대신 중국 브랜드 리닝과 안타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티몰에서 2월부터 1년 동안 외국 브랜드 운동화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중국 브랜드는 17% 증가했다. 외국 브랜드 스포츠 의류 판매도 같은 기간 33%나 급감했다. 나이키는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이 10년 전 12%에서 신장 사태 이전에는 22%까지 높아졌다가 가장 최근 분기에 16%까지 떨어졌다. 아디다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동안에도 중국에서 정부가 뒷배인 외국 브랜드 불매 운동은 흔한 일이었지만 최근 기업들이 불매운동으로 받는 충격은 한층 심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3월 불거진 신장위구르 면화 사태다. 외국 브랜드들이 위구르족 인권 침해로 비난받는 신장 지역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중국 정부가 명백히 지지한 불매운동이 유통가를 휩쓸었다. 신장산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디다스와 나이키 등이 곧바로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여기에 리닝이나 안타 등 중국 제품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중국 소비자들의 외국 브랜드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런 경향은 운동화뿐 아니라 의류·화장품·음료·분유 등에서도 비슷하다.
외국 브랜드로서는 딜레마다. 중국 시장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지만 중국 정부의 비위를 맞추려다 보면 서방 각국 정부와 소비자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랜도앤드피치의 아시아태평양 담당인 조너선 커밍스는 “과거 일시적이었던 서구 제품 보이콧이 최근에는 보다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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