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추진해온 SM상선의 상장이 완전 무산됐다. 회사측은 해운 업황이 지속적으로 호조세를 보일 가능성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점부터 상장을 재추진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상장 추진을 전면 중단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SM상선은 지난해 7월 공식적인 상장 일정에 돌입한 후 9월말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해 11월 상장을 계획했지만 기관 수요예측이 부진하자 일반 공모 일정을 철회했다. 거래소의 상장 심사 통과 효력은 내달 말까지 남아있어 최근 실적 개선과 해운업 호조세를 타고 SM상선의 상장 작업이 재개될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IPO를 서둘러 재추진하기 보다는 기업가치 등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증시가 안정을 찾은 시점에 차분히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SM그룹 상황에 정통한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SM상선이 이번 상장 일정을 완전히 접은 상황” 이라며 “3월까지 IPO 일정을 재개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M상선이 증시 입성을 재추진하더라도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는 것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SM상선이 IPO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배경에는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면서 투자 실탄을 충분히 확보했고, 올해도 작년 이상의 실적을 이미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M상선이 지난해 상반기 3000억 원, 하반기 800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냈다” 면서 “올 해는 1분기까지 3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낼 것으로 보여 지난해보다 실적이 더 좋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적이 급격히 호조세를 보이면서 상장을 통해 확보하려던 선박 및 컨테이너 박스 등의 투자 자금도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SM상선이 이르면 하반기 상장에 다시 나서더라도 지난해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평가하는 것도 원점에서 IPO를 재시작하려는 배경이다. SM상선의 경쟁사인 HMM(011200)은 작년 4분기에 영구 전환사채(CB)가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주가가 짓눌리고, SM상선 상장에도 장애물이 됐지만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타고 몸값이 다시 오름세다.
SM상선은 지난해 희망 공모가격이 1만8000원~2만5000원으로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조5230억~2조1153억원으로 추정됐다. SM상선 공모가 산정의 주요 기준이 됐던 HMM이 해운 시황 호조와 매각 가능성 등으로 시가총액이 늘게 되면 SM상선의 재상장 추진시 기업가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한 IPO 전문가는 “지난해 11월 SM상선의 상장 추진 당시는 해운업을 둘러싼 시장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았다” 면서 “해운업의 높은 수익성이 최근 재조명되고 있어 증시가 안정을 찾은 후 재상장에 나서면 이전보다 높은 몸값을 인정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