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법조계 내 경찰 출신의 몸값이 높아지자 지난해 취업 심사를 받은 경찰 출신 4명 중 1명이 로펌으로 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형사소송의 관건으로 부상하면서 대형 로펌의 ‘경찰 전관 모시기’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공무원이 신청한 취업 심사 196건 중 25.5%인 50건이 ‘로펌 취업’을 사유로 기재했다. 이 중 부적격 판정을 받은 2명을 제외한 48명이 이직에 성공했다. 지난 2020년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신청한 경찰 중 로펌을 희망하는 비중은 4.2%(11건)였지만 1년 새 6배로 늘었다.
형사사건에 강점을 지닌 로펌들이 경찰 영입을 선호했다. YK가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김앤장(5건)·화우(3건)·광장(2건)·바른(2건)이 뒤를 이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경사 이상의 경찰공무원이 재취업하려면 퇴직 전 5년간 했던 업무 및 근무 예정인 기관·기업과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심사받아야 한다.
경찰 출신은 로펌에 취업한 뒤 주로 소속 위원이나 자문위원·고문·실장 등 조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경력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경찰수사대응팀을 발족한 세종은 서울 강남경찰서장을 지낸 이재훈 변호사와 양근원 전 용인서부경찰서장 등을 영입한 바 있다.
김앤장도 지난해 경찰수사연구원장 출신의 김근식 변호사와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법무과 출신의 배상윤 변호사를 영입했다. 광장은 전 국가수사본부 안보범죄분석과장을 역임한 정채민 변호사를, 화우는 장준원 전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 사이버테러수사팀장(현재 전문위원)을 각각 영입했다.
로펌 업계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법조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짐에 따라 로펌의 경찰 출신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선거 등 6대 중요 범죄로 한정된 반면 경찰의 권한은 대폭 커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YK의 한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늘어나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대응이 굉장히 중요해졌고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의 가치도 굉장히 높아졌다”며 “YK의 경우 형사 쪽에 주력하다 보니 경찰 출신에 대한 영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출신은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프로세스나 수사관들이 여러 처분을 내릴 때의 심리 상태 등에 대한 경험이 있다 보니 변호사나 의뢰인에게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다”며 “의뢰인을 대상으로 모의 조사를 연습하는 등 이러한 부분에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경찰 출신의 몸값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의 기업 수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형 로펌들도 퇴직 경찰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1월에도 공직자윤리위 심사를 요청한 퇴직 경찰관 24명 중 58.3%인 14명이 김앤장·YK·광장 등으로 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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