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악재와 호재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HMM(011200) 등 실적 개선주에 쏠렸다. 변동성 확대로 지수의 출렁임이 커진 국면에서 믿을 것은 역시 탄탄한 기업 체력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한 방어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조언했다.
18일 HMM 주가는 물류대란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전일보다 6.47% 오른 2만 9600원을 기록했다. 수급 주체별로는 개인이 265억 원을 팔아치운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53억 원, 200억 원을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날 10% 뛴 HMM은 최근 시장 변동성과는 상관없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주가 수준을 기록했다. HMM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 지난 14일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HMM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52% 증가한 7조 3775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조 7941억 원으로 11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2015년 2499%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3%까지 낮춘 상태다.
코로나19와 미국 항만 적체가 지속되면서 아시아~미주 노선 운임 상승과 유럽 및 기타 지역 등 전 노선의 운임이 상승하는 등 시황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4분기(10~12월)는 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가 2020년 12월 말 기준 2129포인트에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5046포인트로 대폭 상승하면서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조 843억 원, 8조 6224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각각 17%, 19% 늘어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운임이 조정을 받더라도 HMM의 실적 방어력이 탄탄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류대란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만큼 1분기에도 증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운임이 2분기를 피크로 하반기부터 조정받기 시작해도 하락 폭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실적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로 부진하기 때문에 실적 자체가 양호한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투자는 그중에서도 저평가됐지만 실적 상향이 예상되는 종목들이 유망하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조합의 성과가 좋았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투자는 KRX300 종목 내에서는 DL·HMM·한화·LX인터내셔널·한국가스공사·GS·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DGB금융지주·효성티앤씨·하나금융지주·DB하이텍(000990)·한국금융지주·JB금융지주·현대해상·LX세미콘·동양생명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평가주들은 한순간에 낮은 밸류에이션을 보이는 경우보다는 업황 둔화 등의 악재로 마치 숙성되듯 긴 시간에 걸쳐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루하게 낮은 가치를 받는 저평가 종목군은 악재 소멸을 알리는 실적 상향의 시기가 도래했을 때 강력하게 급등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역시 올해 이익 모멘텀이 개선되고 있는 종목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해당하는 종목으로는 기아(00027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LG이노텍(011070)·삼성엔지니어링·DB하이텍 등을 꼽았다. 또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으면서 수익성이 높은 종목으로 SK하이닉스(000660)·KB금융(105560)·현대글로비스·한화솔루션·LG유플러스 등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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