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두 달여 앞둔 이 모 씨는 며칠 전 서울 종로의 귀금속 거리를 찾아 금반지 시세를 알아보다 급격히 오른 값에 깜짝 놀랐다. 그럼에도 이 씨는 결혼 예물 반지를 구매하기로 했다. 이 씨는 “다음 달쯤에 결혼반지를 살까 생각했는데 금값이 더 오를 것 같아서 미리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조기 인상에 따른 긴축 우려와 전쟁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이 오르고 있다.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 가격은 떨어지지만 금 수익률은 상승하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17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금 선물은 온스당 19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6% 올랐다.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금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전쟁 위협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는 영향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교전을 벌였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높이 보면서 시장에서 금으로 대표 되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금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2개월 이후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기존 2000달러(약 240만 원)에서 2150달러(약 258만 원)로 올렸다. 그러면서 내년 12월이 만기인 금 장기거래를 추천하기도 했다. 미하일 스프로기스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겹쳐 금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수요가 계속 커질 것”이라며 “일반 소매 거래뿐 아니라 중앙은행에서도 금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금값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은 지난해 말(6만 8950원) 대비 5.04% 오른 g당 7만 24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 말(6만 4120원)보다 12.9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 넘게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지난해 주식과 암호화폐 등의 가격이 올랐을 때는 안전자산인 금이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전쟁 공포가 더해져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자 금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날 경우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급감하며 국제 유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금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자산으로 주목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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