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이 팽창하면서 그간 성장성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을 이루는 배터리의 안정성 문제부터 원자재 공급망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우리 전기차 업계가 이들 과제를 먼저 넘어서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8월 2017~2022년형 볼트EV와 볼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EUV) 약 15만 대를 대상으로 대규모 리콜을 결정했다. 배터리 화재가 문제였다. 이로 인해 생산 중단에 더해 신차 출시까지 미룬 GM은 오는 4월에서야 볼트EV의 생산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차가 배터리 화재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반복된 화재에 현대차는 결국 2017년부터 2020년 초까지 중국 난징공장에서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코나EV 7만여 대를 리콜했다.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맞춰 배터리 안정성에 대한 고민도 커질 것으로 본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화재 발생률은 낮으나 화재 발생 시 진행 속도가 빨라 위험성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면 리콜 비용 부담은 물론 해당 모델의 안전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공급망 관리도 중요하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인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수요는 지난 해 50만 톤에서 오는 2030년 20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리튬이 22만 톤 부족해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기차 핵심 소재 중에는 중국의 점유율이 높은 원료가 많아 ‘자원 무기화’ 전략에 따라 수급 불안이 나타날 우려도 상당하다. 이미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로 관련된 원자재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이달 둘째 주 기준 리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00% 가까이 급등했고, 희토류와 수산화코발트는 각각 33.1%, 50.5%씩 뛰었다.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했다. 올해도 50% 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자체적으로 수익성 갖추지 못해 보조금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정부가 올해 대당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의 최대치를 낮추고 보조금을 전액받을 수 있는 차량 금액의 상한선을 낮춘 것도 한정된 예산 내에서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커질수록 전기차의 안전성과 시장성 등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특히 국내에서는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수 있을 만큼의 가격 경쟁력 확보와 기술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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