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백신·치료제 제조나 진단키트처럼 코로나19 수혜를 받지 못하는 제약사들은 비록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R&D를 멈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249420)은 지난해 매출액이 56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감소했고 영업손실 55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적자 전환의 가장 큰 이유는 매출액의 16.9%에 달했던 945억 원의 R&D 비용 때문이다. 일동제약의 R&D 투자는 지난 2019년(486억 원)에서 2년 만에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일동제약은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만 20개 가까이 운영 중이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표적항암제 등을 비롯해 지난해 말부터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함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삼천당제약(000250)은 지난 2000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냈다. 매출은 1673억 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늘었지만, 136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바이오시밀러 관련 R&D 비용 증가가 이유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천당제약은 블록버스터 신약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약품(004310)은 지난해 매출은 1398억 원(5.1%)은 전년대비 늘었지만, 영업손실 16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약품은 창업주 3세인 이상준 대표가 취임한 뒤 중추신경계(CNS)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울증, 치매 치료제 등을 국내 도입하거나 개량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중이다.
삼일제약(000520)도 지난해 영업이익 6억 원을 기록해 전년(65억 원)에서 90.2% 급락했고, 당기순이익은 69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삼일제약은 직접 R&D보다는 글로벌 라이선스를 취득하거나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특히 올해 7월 준공 예정인 베트남 점안제 공장을 중장기 수익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유유제약(000220)도 지난해 매출액(1157억 원)은 17.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11억 원) 82.8%로 크게 줄었다. 이 여파로 10억원 당기손실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한 4개 파이프라인에 계속해서 연구비용을 투입해 올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R&D 투자에 집중하는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이 지난해 10.7%에서 2025년 15~16% 수준으로 증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기존 사업모델의 성장 한계 돌파구로 R&D 투자를 선택했다”면서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는 정부의 임상 지원 등으로 R&D 재투자가 발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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