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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서 좌초된 '한국형 우주사령부'…17년만에 '독립군종 창설'로 재점화

[민병권의 군사이야기]연세대-세종硏, 항공우주력 학술회의

박춘택 전 공군총장, 2005년 '우주사 설립' 제안

노무현 대통령 긍정 반응…국발위서 채택 불발돼

美 '1982년 공군 우주사→2019년 우주군' 창설

미사일경보 넘어 지상전 지원, 사이버전도 맡아

문정인 소장 "우주군 창설 필요…외기·대기권 포괄"

육·해·공군 3군간 우주력 주도권 놓고 경쟁 치열해

김병주 의원 "3군에서 독립된 우주군 설립해야"주장

민홍철 의원 "국직부대로 가면서 독립 군종화해야"

우주력 확충 위한 제도적, 산업적 기반 개선도 필요

미 우주군(USSF)이 활용할 첨단 통신위성 AEHF-6호를 실은 우주로켓 아틀라스V가 지난 2020년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케이프 커네버랄 공군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우리 군도 국산 위성 등을 우주자산을 확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형 우주군 및 우주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제공=USSF




공군의 '에어포스퀀텀 5.0'구상 개념도. 국방우주력 강화하기 위한 공군의 장기계획이 반영돼 있다. /자료제공=공군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5년 청와대는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국방발전자문위원회’를 신설했다. 국발위 위원으로 위촉된 박춘택 전 공군참모총장은 공군 산하에 우주사령부 창설을 제안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박 전 총장의 제안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군에 우주사를 두는 아이디어는 당시 국발위에서 정식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원장이 지난 17일 학술회의에서 전한 국방 비사다. 해당 학술회의는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과 세종연구소가 ‘항공우주력의 기회와 도전, 새 정부의 과제’를 테마로 공동개최했다. 현장에선 우리 군의 우주사령부 창설 필요성 여부를 비롯한 우주국방안보정책의 거버넌스 수립 방향이 주요 이슈로 논의됐다. 또한 대한민국의 우주기술 수준과 산업생태계, 우주시대에 대비하는 우리 군의 현황, 제도적 문제점 등도 함께 다뤄졌다. 이번 ‘민병권의 군사이야기’는 지난 1월 29일자 조간 ‘한국판 스타워즈 첫발’편 및 2월 1일 온라인 증보판 ‘스타워즈 신냉전’편에 이어 ‘한국형 우주사령부’ 창설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어 우주안보 문제를 조망해본다.

연세대-세종연구소가 지난 17일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주관한 항공우주력 학술대회에서 주요 관계자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KAI






“해군의 해병대와 같은 공군의 독립 부대”

레이건 美정부,‘공군 우주전략사’ 출범시켜

걸프전 승리 주역…ICBM 임무 등도 맡아

트럼프 정부 출범한 ‘우주군’의 모태되기도

◆우주사령부가 뭐길래

우주사령부의 표준적 정의는 아직 국제적으로 확립되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미국의 사례가 인용되고 있다. 미 공군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기였던 1982년 9월 우주작전을 주임무로 하는 공군우주사령부(AFSPC)를 창설했다. 냉전 당시 군의 주요 우주임무는 주로 적 미사일 공격에 대한 경보, 우주로켓 등 발사체 발사 및 위성 통제, 우주감시 등이었다. 2000년대초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기에는 당시 럼즈펠트 국방장관이 주도하는 대대적인 국방 구조조정의 여파로 공군 우주사령부 등의 위상이 위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인 2019년 12월 미국은 국방수권법에 따라 공군 우주사를 모태로 독립된 군종인 ‘우주군(USSF)’을 창설했다. 우주군은 스스로의 위상에 대해 “해군 산하에 해병대가 조직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공군 산하에 조직된 독립된 별개의 부대”라고 밝히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3년 3월 23일 대국민연설을 통해 쿠바에 배치된 소련 미그기를 찍은 정찰사진을 배경으로 핵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할 전략방어구상(SDI) 추진 방침을 소개하고 있다. 일명 스타워즈 계획으로 별명이 붙은 SDI는 우주자산 등을 통해 소련의 핵미사일을 막는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로널드레이건대통령재단


우리나라의 안보환경은 미국과 다르다. 따라서 AFSPC 및 USSF의 조직 편제와 임무·작전체계, 장비 등을 참조하되 우리의 여건에 맞는 한국형 우주사령부, 우주군 창설의 비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이번 학술회의 사회를 맡은 문 이사장은 우리 군의 우주사령부 창설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간단히 말하자면 대기권 밖에서 오는 위협을 대처하는 게 우주사령부”라고 규정했다. 이어서 “기본적으로 대기권 내에서 공군이 할 수 있는 것과 , 대기권 밖에서 공군이 할 수있는 것을 우주사령부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대기권은 고도 100km까지의 상공이며, 그 이상은 사실상 우주공간으로 분류되는 외기권으로 지칭된다. 따라서 문 이사장의 정의대로라면 우주사령부는 기본적으로는 외기권에서의 작전임무를 맡되 대기권 내에서 공군의 임무까지도 지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군의 우주력발전방안인 '스페이스오디세이2050'의 단계적 정책추진 방향/이미지제공=국방일보


실제로 우주력 구축과 한국형 우주사령부 창설에 가장 선제적으로 움직여 온 것은 공군이다. 공군은 24년전인 1998년 우주 전담 정책부서를 설립했고, 17년 전에 박 전 총장이 국발위 위원으로서 공군 우주사령부 창설안을 주창했다. 지난해에는 2050년까지의 로드맵을 담은 ‘국방 우주력 발전기본계획서(별칭 스페이스 오디세이 2050)’를 통해 '우주작전대(2019년 창설)→우주작전단(2025~2030년)→우주사령부(2030년 이후)’의 순서로 조직을 발전시킬 것임으로 밝혔다.

이번 학술회의 토론의 패널로 참석한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도 “영국, 프랑스 등도 2018~2020년에 공군 우주군으로 개편하고, 일본도 작년에 항공자위대롤 항공우주자위대로 개편해 실질적 임무를 수행할 작전대를 만들었다”며 공군 주도의 우주사령부 및 우주군 건설론에 힘을 실었다. 이어 선진국들이 우주작전을 공군기반으로 수립하는 이유에 대해 “가장 효율적이고 가성비도 높기 때문”이라며 “현재 무기체계의 운용 효율성, 지휘체계 일원화 측면에서 (공군을 모태로 우주작전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미 공군우주사령부(AFSPC)의 사이버공격 탐지대응을 위한 합동우주사이버합동방어조직(CDCC-C)이 지난 2019년 10월 18일 미국 콜로라도 슈리버공군기지에서 발족한 가운데 관계자들이 기념 리본을 자르고 있다. 미국의 우주군 작전영역은 단순한 우주의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이버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사진제공=미 공군우주사령부(AFSPC)


◆우주합동작전 누가 주도해야 하나

문 이사장의 정의를 적용하면 우주사령부의 주된 임무는 주로 외기권 위협에 대한 대처 및 대기권 공군 임무로 한정된다. 하지만 우주군의 실질적인 임무영역은 지난 20여년간 훨씬 더 넓어지고 복잡해졌다. 육군 및 해군·해병대에 대한 지상 및 해상임무 지원, 사이버공간에서의 우주적 위협 대응 등도 우주작전의 한 요소로 정립돼 가는 게 세계적 추세다.

미 공군우주사령부의 경우 이미 1990년대초 걸프전 당시 공군 뿐 아니라 육군 지상작전과 해군 해상작전 승리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해군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으로 이라크 주요 전략목표 등을 정밀파괴할 수 있었던 것은 우주사령부가 위성기반으로 제공한 위치정보시스템(GPS)과 감시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 등에서 미 육군 전차부대가 이라크의 기갑부대 등을 기습해 신속 제압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우주 기반 기상예보 정보와 정찰·통신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미 우주사령부는 1993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임무를, 2001년에는 우주미사일시스템센터를 각각 이관 받았다. 2009년에는 사이버 우주임무까지도 미 우주사령부의 몫이 됐다.

육군이 '비전2050'구상 하에 추진하려는 초연결 네트워크 체계가 적용된 전투 플랫폼 개념도. 육군은 특히 저궤도위성 등의 사업에 대해선 육군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미지제공=육군


韓에선 육·해·공 3군간 우주 각축전

공군, ‘스페이스오디세이’정책 제시

육군은 ‘페가수스 프로젝트’로 맞불

해군도 해상 기반 우주작전 등 모색

이처럼 육상 및 해상작전 지원의 측면까지 고려하면 우주작전은 공군의 영역을 넘어서 한층 더 합동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우리 육군, 해군도 그런 차원에서 공군 주도의 우주사령부 및 우주군 건설에 부정적이다. 특히 육군은 2030년대 이후까지의 비전을 담은 ‘페가수스 프로젝트’를 지난해 6월 발표하기도 했다. 육군은 3군중에서 인공위성 기반 위치정보 및 통신정보 등 우주자산에 대한 수요를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우주력 건설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군은 이지스함 기반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비롯해 해상 기반의 우주작전 수립과 전력구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육군은 국방 우주력 건설분야 중에서도 특히 초소형위성사업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등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초소형위성은 저궤도에 40여기의 위성들을 띄워 한반도 주변을 전자광학장비 등으로 실시간에 가깝게 감시하기 위해 국내에서 개발·발사된다. KPS는 2035년까지 총 8기의 국산 위성을 띄우 자주적인 우주기반 지상위치정보 등을 제공하려는 사업인데 이것이 실현되면 기존의 미국 GPS 등에 기반한 것보다 한층 고도화한 초정밀 군사작전이 가능해진다.

육군이 상상하는 미래전장환경의 모습. 전투부대원들이 초고속통신망으로 상호정보를 주고 받는 초연결환경 속에서 전장환경을 보다 종합적이고 정밀하게 인식하면서 작전을 편다/이미지제공=육군미래혁신센터


육군의 우주분야 간부는 “위성 기반 정보·통신서비스의 수요를 놓고 보면 공군은 많아야 전투기 수백대, 해군은 각종 함정별로 수십~수백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에 비해 육군은 기갑차량 등 해도 수천 대에 달하고, 각종 수송·기동장비들까지 합치면 수만대가 움직인다”며 “또한 수십만명의 우리 육군 장병들이 위치기반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합동·연합작전을 펴야 하기 때문에 초소형위성, KPS사업 만큼은 반드시 육군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우주군(USSF)이 활용할 첨단통신위성 AEHF-6호가 우주로켓 아틀라스V에 실려 우주로 공간으로 쏘아올려지는 비행이미지. 지난 2020년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케이프 커네버랄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중국, 러시아 뿐 아니라 북한도 위성재밍 공격역량을 키우고 있어 우리 군에서도 유사시 적의 재밍공격에도 통신 및 정찰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첨단 위성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미국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 자료 동영상 캡처/미국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 자료 동영상 캡처


◆독립적 우주군 창설론의 부상

국군의 육·해·공 3군간 우주력 건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칫 3군간 합동우주작전 역량이 저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3군간 균형을 잡으면서 중·장기적으로 독립적인 우주사령부 및 우주군 편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쪽으로 국방전문가의 의견이 모이는 추세다.



육군 대장 및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부대표)는 이날 학술행사에서 “최적의 효과를 내려면 우주사령부는 육·해·공군과 별도의 군으로 만들어야 한”며 “별도의 군으로 둬야 예산권을 갖고, (효과적 우주작전을 위해) 창의적인 것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 대해 그는 “공군이 (우주사령부를) 주도하게 되면 (우주자산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인 육군 및) 해군 사업에 대해 잘 몰라서 (우주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이 떨어진다”며 “또 만약 육군이 주도권을 쥐면 우선 눈에 보이는 전력만 우선시하고 보이지 않는 사업은 뒷전으로 취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과거 육군의 미흡했던 사이버전 대비 상황을 환기했다. 육군에는 과거부터 통신병과가 있는데 주로 전화기 등 중심으로 임무를 수행하다보니 전산분야는 뒷전으로 하고 사이버전 능력 발전을 위한 예산 투입은 도외시하더라는 것이다.

김병주(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정인 세종연구소장이 지난 17일 연세대와 세종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민병권기자


3군간 주도권 경쟁으로 합동작전 약화 우려되자

여권·학계 “장관직속부대 창설해 합참 지휘해야”

"미국식 모델로 우주사 독립군종화” 제언도 나와

합참도 군사우주과 신설해 3군간 중심잡기 나서

만약 우주사령부를을 독립적인 군 조직으로 창설한다면 이를 어디에 편제 시킬지도 숙제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학술회의에서 우주군 구축방향에 대해 "중간단계로는 ‘국직부대’로 가면서 (최종적으로는 완전히 독립적인) 별도의 군으로 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국방부 기조실장 출신의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도 학술회의 패널토론자로 나서서 “우주사령부를 (육·해·공군 3군중 어느 군의 산하가 아닌) 합동작전성격의 국방부 장관 직할 ‘국직부대’로 지정해 합참의장이 지휘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언했다. 이어서 우주군 창설에 대해선 “미국, 영국, 프랑스 모두 만들었다”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공군이 주도적으로 하겠지만 지금의 통신사령부, 정보사령부, 그리고 공군 우주센터를 합쳐서 모체로 해서 우리 군을 결집시킨다면 국방우주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연세대와 세종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학술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민병권기자


최 전 총장도 독립적 군종으로 우주군을 만들자는 김 의원의 의견에 일부 동감을 표명했다. 대신 우선 초기에는 공군을 기반으로 우주사령부를 만들고 단계적으로 독립 군종화할 것을 제안했다. 과거 미국 트럼프 정부도 육·해·공군간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우주군을 별도 군종으로 만들되 공군을 모체로 창설했고, 레이먼드 당시 공군 참모총장을 우주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모본부가 무게중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육·해·공군의 합동성에 무게를 둔 우주사령부 창설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합참은 지난 1월 3일 군사우주과 신설을 공개됐다. 해당 과는 3군 합동 기반의 우주 전략 및 작전개념을 세우고, 합동우주작전수행체계 등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합참은 2030년 무렵 ‘우주작전사령부’를 창설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모색 중이다.

최차규(가운데) 전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17일 연세대와 세종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우주군 창설 위한 대한민국 역량은

이번 학술회의에선 국방 우주력 발전을 위한 국내 여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내용의 담론도 제기됐다. 우선 주제 발제자로 나선 정헌주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정책이 분절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항공우주산업 관련 핵심 법률은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우주개발진흥법, 항공운송사업진흥법의 3가지다. 이와 별도로 과학기술기본법, 방위사업법이 관련돼 있다. 정 센터장은 이들 법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와 정부 계획 등이 제각각 분절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중 항공우주산업법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가 담당하고 있고, 우주개발진흥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항공운송산업진흥법은 국토교통부 항공산업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부는 1999년도부터 10년 단위의 항공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2차 기본계획에서부터는 아예 우주분야가 제외돼 있다고 정 센터장은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정책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분절된 법·제도 체계를 개혁할 것을 제언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지난 2021년7월29일 종합시험장에서 고체연료로켓 연소시험을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모습. 고체연로로켓 기술이 완성되면 기존의 액체연료로켓보다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우주공간에 인공위성 등 국방우주자산을 올려놓을 수 있다./사진제공=국방부


우주군 주도권 놓고 논의는 활발하지만

우주력 키울 법·제도 기반은 아직 미흡

“관련법 부처별로 제각각 분절돼”지적

“컨트롤타워로 부처 이기주의 극복”제언

‘스페이스엑스’처럼 민간기술 이전 필요

민군공동사업화로 효율적 예산투자해야

그는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특히 정부출연연구소 등 정부부문이 항공우주 관련 핵심분야의 기초연구를 통해 원천 기술을 개발하면 그중 상용화 가능한 부분은 과감히 민간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정 센터장은 당부했다. 그는 “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급성장한 우주산업체인) 미국 스페이스엑스는 설립된지 약 20년밖에 안됐는데도 지난 2008년에 팔콘원 로켓을 쐈고, 현재는 우주산업계의 아이콘이 됐다”먀 “이런 스페이스엑스는 무(無)에서 (자력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나사(NASA) 등이 엄청난 기술이전을 해준 것인데 우리도 이런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 모델을 차용할 부분은 차용해야 한다”고 환기했다.

정헌주(맨 왼쪽)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이 지난 2022년 2월 17일 연세대-세종연구소 공동주관 항공우주력 학술대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민병권기자


김종대 전 (오른쪽) 의원과 조진수 한양대 교수가 지난 17일 연세대와 세종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민병권기자


항공분야와 우주분야의 종합적 발전과 민군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제언도 나왔다.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 패널토론자로 참석해 “항공과 우주를 분리해 사고하는 것은 1950~1970년대 사고방식"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지금 대기권 내에서 제트기에 실어 (우주공간의 위성을 요격하는) 미사일을 쏘는 것도 연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요즘엔) 위성을 쏜다면 거의 모든 위성이 (군사와 민간용도를 겸하는) 복합위성이라서 어느 것이 민간용이고, 군사용인지 구분할 수 없다”며 군이 적극적으로 우주사업에 예산을 쓰고 이를 바탕으로 업체도 제각각 따로 놀기보다는 함께 체계를 종합해가면서 전문성을 배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차기 정부에선 우주분야에 관한 일종의 기술위원회를 만들어서 항공우주분야의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집중투자 분야를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 교수는 당부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스페이스엑스의 우주발사체인 '헤비로켓' 2기가 2019년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통신위성들을 싣고 발사된 뒤 귀환을 위해 착륙하고 있다. 민간기업인 스페이스엑스가 불과 20여년만에 세계적 우주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나사와의 적극적인 기술이전과 군 당국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미 우주군(USSF)


◆발정적 자성 필요한 국군과 방산업계

이번 학술회의에선 군에 대해 발전적 자성의 필요성을 제언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20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약했던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패널토론에서 “군이 스스로 정보화·과학화·지능화·현대화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에너지를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우주발사체 등 인프라를 투자해 우주작전을 펼칠 수 있는) 우주고속도로를 깔아준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쓰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우리군이 우주로켓 등을 통해) 우주로 무언가를 발사한다고 해도 그것들이 (통신으로) 다 연결하고, 수요자인 군이 여기에 대비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의마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정부가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5G)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면 마치 자율주행스마트카, 스마트시티가 금새 나타나고 엄청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생각됐지만 5G 서비스 개통 3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해외 대형 플랫폼기업이 제조업부터 엔터테인먼트 산업까지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국방 우주정책에서도 이를 반면교사 삼을 것으로 주문했다.

육군이 상상하는 미래전장환경의 모습. 전투부대원들이 초고속통신망으로 상호정보를 주고 받는 초연결환경 속에서 전장환경을 보다 종합적이고 정밀하게 인식하면서 작전을 편다/이미지제공=육군미래혁신센터


김 전 의원은 우리 군의 무기·장비 등 획득체계가 여전히 ‘사업 기획→계획→예산 편성→ 집행’의 과거식 체계에 머물러 있어서 선진국의 우주력 발전 속도를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문제도 짚어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국방혁신단(DIU)이 기획과 계획, 예산 등의 절차를 혼합하고, 수시로 결과를 반영하는 피드백 방식으로 국방 개발·획득의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도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미국 국방부가 항공우주분야 등의 스타트업기업들에게 일명 ‘그린카드’로 개발비를 선(先)지급해 업체들의 개발사업 위험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점을 우리 군이 배워야할 벤치마킹 사례로 들기도 했다.

유용원(왼쪽)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이 지난 17일 연세대와 세종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연세대 백양누리관에서 열린 항공우주력 학술대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민병권기자


국방분야 전문가인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이날 패널토론자로 나서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우리 군이 KAI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해줬으면 좋겠지만 수입제품에 군이 눈을 돌리기도 해 서운해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시각에서 보면 ‘KAI가 국영기업이 아닌데 왜 나라 예산을 모든 것을 챙겨줘야 하느냐, KAI가 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는 없느냐'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발전할 것을 KAI에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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