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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횡령에…'현미경 회계감사' 돌입

■ 회계법인 기말감사 촉각

오스템임플란트·계양전기 사태發

자금관리 내부통제 깊게 들여다봐

은행조회서·채권잔액조회 절차 강화

국제기준 없는 암호화폐 처리 변수





매년 2~3월은 회계법인이 가장 바쁜 시기다. 전년도 재무제표 결산을 끝낸 회사들의 회계 처리를 일일이 검토한 후 감사 의견을 내야 하는 ‘기말 감사’ 시즌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오스템임플란트·계양전기 횡령 사건까지 겹치면서 회계사들도 기존보다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암호화폐처럼 국제회계기준(IFRS)에도 명확히 나와 있지 않은 분야를 들여다봐야 하는 회계사들도 골치가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21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회계법인들은 기업별 자금 흐름 관련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평상시보다 더 촉각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만약에 기말 감사를 통해 감사 의견 적정을 준 회사에서 이후 큰 횡령 사건이 터진다면 자연스레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와 비교되며 ‘감사인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각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상 자금 흐름 ‘업무 분장’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행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감사인은 자산 규모 5000억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감사 의견을 내야 한다.

자금 흐름 관리 역시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이 크다. 삼정KPMG가 지난 2020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의견 부적정을 받은 기업 153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19곳(12.4%)의 부적정 의견 사유가 ‘자금 통제 미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자금 관리상 업무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금 집행’과 ‘장부 관리’가 분리돼 횡령을 사전 예방할 수 있는 구조인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부대표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에도 출납이나 기록을 한 사람이 다 했던 구조”라며 “회사별로 업무 분장은 어떻게 돼 있는지, 거래를 일으킬 때도 누군가가 위에서 승인을 제대로 해주는 구조인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조회서 검증이나 채권·채무 잔액 조회처럼 통상적인 자금 관련 회계 감사 절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예를 들면 채권·채무 잔액 거래 표본을 더 많이 살펴보는 식이다. 계양전기 횡령 사건 역시 감사인들이 채권을 조회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와 함께 은행 기말 잔액뿐 아니라 기중 당좌예금 거래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회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분기 중 돈이 입출금됐다면 잔액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번에는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도 있었던 만큼 기말 감사에서 자금 인출 거래 테스트를 더 강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횡령 이슈’와 별도로 암호화폐 발행 기업에 대해서도 감사인들의 고민이 깊다. 아직 IFRS재단에서도 ‘기업이 직접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회계 처리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공인된 회계 처리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회계법인은 최근 한국회계기준원에 피감사인의 암호화폐 회계 처리에 대해 질의 회신을 요청하기도 했다. 질의 회신이란 특정 회계 이슈에 대해 기준원·금융감독원에 자문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내 회계법인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상장사들의 일탈 행위는 오랜 기간 쌓아온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전문성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감사 품질을 높여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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