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약 17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는 21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 등급 평가를 위한 연례 협의에 들어갔다. 가뜩이나 지나치게 빠른 국가채무 증가에 경고를 보내온 무디스가 이번 연례 협의에서 추경 편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된다.
정부와 무디스의 2022년 연례 협의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협의단에는 진 팡 아시아태평양지역 부대표 등이 참석한다. 협의단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최근 경제·재정 동향 및 전망, 주요 정책 추진 성과 및 계획 등을 논의하고 이후 차례로 국회예산정책처·금융위원회·통일부 및 한국은행 협의를 통해 우리나라 국가신용 등급 평가와 관련된 경제 동향 및 전망, 통화정책, 남북 관계 등 주요 정책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교롭게 이날 정부안(14조 원)보다 증액된 추경안이 처리되며 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 또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적자 국채 발행 등으로 인한 국가채무 급증과 국채금리 시장 혼란, 인플레이션 확대, 국가 신인도 악화가 신용 등급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지난 8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경이 국가신용 등급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는 “곧 있으면 무디스·피치와 같은 신용평가사와 상반기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우려된다”면서 “이쪽 (국채) 시장이 흔들린다거나 금리가 오른다거나 했을 때, 신용 평가 등급이 떨어진다 했을 때 미치는 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무디스는 이미 국가채무 증가를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한국의 국가신용 등급과 전망을 기존 ‘Aa2(안정적)’로 유지하면서도 무디스는 “국가채무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 장기간 유지해온 한국의 재정 규율 이력을 시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국가채무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무디스뿐만이 아니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AA-’로 유지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출 및 재정 적자 용인 기조가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고령화에 따른 장기 지출 소요가 있는 상황에서 중기적으로 신용 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지난해 11월 연례 협의에서 “단기적으로 가계부채 및 부동산 시장,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격차와 고령화·통일 비용에 대비한 재정 여력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낮은 부채비율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높은 신용 등급을 부여했던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스탠스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기구들 역시 우리나라의 급격한 국가채무 증가를 경고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재정점검보고서’에서 오는 2026년 말 한국의 일반 정부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6.7%를 기록하며 선진국 35개국 중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등 여당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여타 국가 대비 낮은 점을 지적하며 정부가 빚을 내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는 물론 국제기구조차도 고령화에 따른 복지 비용 확대가 국가채무 비율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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