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품감정원이 무신사가 의뢰한 명품 티셔츠의 짝퉁(모조품) 여부에 대해 '감정 불가' 판단을 내렸다. 데이터가 부족해 정품인지 가품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공신력 있는 외부 기관마저 발을 빼면서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간 진실 공방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22일 무신사에 따르면 한국명품감정원은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에 대해 "감정 불과" 의견을 최종 결과로 전달해왔다. 감정원 측은 제품소견서에서 "감정을 진행한 일부 상품에서 개체 차이가 발견되나, 해당 개체 차이가 정가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부족하다"고 밝혔다. 옷마다 품질이 달라 가품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감정을 진행한 상품 중 데이터 부족으로 가품이라 확정적으로 감정할 수 있는 상품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무신사는 한국명품감정원에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오브갓 '에센셜 티셔츠'의 가품 여부 판단을 의뢰했다. 네이버 크림이 해당 티셔츠에 대해 가품이라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무신사에서 에센셜 티셔츠를 구매한 한 소비자가 옷을 되팔기 위해 크림 측에 검수를 의뢰하면서 불거졌다. 크림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동일한 유통 경로로 같은 제품을 다수 확보해 중국 리셀 플랫폼 NICE사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가품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한 무신사는 크림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게시물을 삭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한국명품감정원으로부터 '감정 불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에센셜 공식 유통처인 '팍선'과 해외 감정원 '레짓 체크'로부터 100% 정품이라는 결과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무신사 측은 이날 공식입장을 내고 "무신사는 에센셜 브랜드의 100% 정품만을 취급한다"며 "리셀 플랫폼인 네이버 크림에게는 해당 상품을 가품으로 판정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크림을 상대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관련업계는 이 같은 분쟁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발란과 머스트잇, 트렌비 등 플랫폼 업체들도 자체 검수를 강화하고 있지만 100%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타 플랫폼들도 정품이 아닐 경우 100% 환불 정도로만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고객들이 직접 물건이 가품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무신사는 에센셜 브랜드 상품이 모두 100% 정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이날 오전 10시부터 에센셜 브랜드 판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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