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 기업 중 대표이사의 나이가 75세 이상 고령으로 리더십의 변화를 앞둔 곳이 69개사로 나타났다. 이들 중 기업공개(IPO)를 거쳐 견실한 경영을 하지만 성장성이 떨어져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기업은 9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성장을 위한 실탄은 넉넉하지만 신성장동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업계에서 도태되거나 M&A(인수·합병) 매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경제신문이 20일 빅데이터 기업 딥서치의 재무 자료를 분석한 결과 SGC이테크건설(016250)(산업용 건물 건설)·대성홀딩스(016710)(도시가스 공급)·신대양제지(016590)·대원산업(005710)(차량 시트 제조)·일신방직(003200)(섬유 및 부동산 관리)·한국주철관(000970)(상하수도관 제조)·진양홀딩스(100250)(PVC 바닥재)·한농화성(011500)(계면 활성제)·진로발효(018120)(주정) 등 9곳이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췄지만 기업 성장성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법률상 중견기업에 해당하는 상장사로 2020년 기준 매출은 1000억에서 1조원대 사이로 순이익도 100억 원 이상을 기록했다. 각 분야에서 오랜 업력으로 사업에 별 문제는 없지만 성장성이 약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9개사는 2017년 매출 대비 2020년 매출액 증가율이 전체 상장사의 하위 40%에 속했고, 특히 9곳 중 7곳은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SGC이테크건설은 2020년 매출이 1조 1400억원으로 터미널 부문이 역성장하고 발전과 에너지 부문이 제외돼 1년 만에 1400억원 줄었다. 매출 감소로 판매관리비 부담이 2배 가량 늘면서 영업이익은 364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대성홀딩스는 신규 사업인 창업투자나 콜센터 부문이 성장했지만 본업인 도시가스 판매가 줄면서 매출이 2019년 9185억 원에서 2020년 8895억원으로 줄었다.
신대양제지도 같은 기간 매출이 7093억 원에서 6092억 원으로, 순이익은 722억원에서 452억원으로 감소했다. 원가가 오르며 영업익이 3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기아차에 카시트를 납품하는 대원산업은 중국·러시아·베트남 법인 의존도가 커지며 환율 영향을 많이 받아 매출이 2019년 6609억 원에서 6426억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순이익은 403억 원에서 180억 원으로 하락폭이 컸다.
본업인 섬유 제조가 사양화해 일찌감치 의류제조(지오다노), 벤처투자(일신창업투자), 화장품 및 와인 판매나 부동산 임대로 사업을 다각화한 일신방직의 성적표도 좋지만은 않다. 지오다노 매출이 300억 가량 감소해 1752억원으로 줄었고, 순이익은 120억원으로 80억원 감소했다. 일산방직의 영업익은 매년 135억원 안팎으로 정체 상태다.
한국주철관도 화장품 제조사 엔프라니를 인수했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26억원의 영업 적자로 모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진양은 매출(2115억 원)과 영업이익(115억원)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에 그쳤지만 자산처분 이익과 평가이익이 증가한 것은 나름 성과로 꼽혔다.
한농화성은 2020년 매출과 영업익이 1년 전보다 소폭 늘었지만 2018년에 비해선 하락을 면치 못했고, 주류와 소독용 알코올을 만드는 진로발효는 2020년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익과 순이익은 줄어들면서 빛이 바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창업 후 수십년간 본업을 지키며 투자 자산을 쌓았지만 내부 거래가 많거나 지배구조 개선이 미흡해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중견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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