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은행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기존 가입자와 투자 자금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은행 ISA에 가입했던 고객들이 투자금을 들고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 가속화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가 지난해 7월 ISA 가입자 128만 명을 확보하면서 은행권 가입자 수 97만 명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2월 첫 출시한 후 5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월까지 증권사 ISA에 가입한 고객 수는 약 15만 명으로, 은행권(182만 명)의 1/10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증권사에서 국내 상장 주식의 직접 투자가 가능한 투자중개형 ISA 상품을 내놓으면서 머니무브는 예고됐고 할 수 있다. 똑똑해진 개인 투자자들이 이익 확대를 위해 수익률 높은 증권사로 옮겨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관측에서다. 기존 은행권과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ISA에서는 주식 투자가 불가능해 수익 제고에 한계가 있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증권사의 중개형 ISA는 주식을 할 수 있고,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점이 작년에 고객들을 (증권사 ISA로) 많이 끌어오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증권사 ISA는 출시 10개월 만인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239만 명의 고객을 유치하며 은행권 가입자 수의 두 배를 넘어섰다. 반면 증권사 ISA 고객 수가 1355% 폭증하는 동안 은행 ISA 가입자 수는 45% 감소했다.
구향자 교보증권 차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 (증권사의 중개형 ISA 가입 고객 수는) 올해도 계속 빠르게 늘 것 같다"며 “증권사들마다 이벤트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서 올해는 작년에 가입 못 한 고객들도 많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목할 건, 자금 이동은 증권사로 계속해 유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증권사 ISA 투자 금액이 은행을 역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1년 한 해 증권사 ISA 투자 금액은 8381억 원에서 4조 원으로 약 487% 증가했다. 하지만 은행 ISA 투자 금액은 약 6조 원에서 8조 8136억 원 증가하며 47% 뛰는 데 그쳤다. 지난해와 같은 유치 속도라면 올 상반기에라도 1~2위 자리 바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 속도라면 빠르면 올해 상반기라도 증권사가 은행 ISA 투자 금액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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