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3일 앞둔 24일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으면서 원로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가장 낮은 자세로 다가서라”고 주문했다. 단일화의 2차 마지노선인 투표용지 인쇄일이 4일 앞으로 다가오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자 윤 후보를 향해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단일화 논의에 방해가 될 언행을 삼가라는 공개 요청이 나오는 등 단일화 불씨를 이어가려 애쓰는 모습이다.
이날 야권 원로들은 곳곳에서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인제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야 전직 국회의장·국회의원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 행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틀림없이 자유주의 세력이다. 그가 단일화에 손을 내밀었다”며 “여건상 어려움에 처했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거 아니다. 두 사람이 결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멘토 중 한 명인 신평 변호사도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를 향해 “안 후보에게 가장 낮은 자세로 다가서라”고 요구했다. 신 변호사는 “그의 지혜와 경륜과 식견을 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도태우 무소속 후보의 선거 사무소를 찾은 자리에서 “단일화가 되지 않으면 무너지는 것이고 합하면 나라 살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본 컨트롤타워는 ‘야권 통합’을 염두에 둔 조심성 있는 자세를 공개 주문하기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선대본 회의 공개 발언에서 최근 국민의당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갈등을 빚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경고 메시지까지 내놓았다. 권 본부장은 “당 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하고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이 당 대표까지 거론하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은 국민의당과의 갈등 확산을 막아 단일화 불씨를 살리기 위함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날 이 대표와 국민의당의 상호 폭로전과 관련해 국민의당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물밑에서 이 대표의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오는 28일 투표용지 인쇄일 전에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후보 회동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만 전날 양당이 거칠게 격돌한 만큼 하루 이틀가량 소강기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 후보는 단일화 여지를 전혀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경선을 받으면 단일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시간은 다 지났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내에서는 윤 후보가 그간 거간꾼들이 활개 치는 상황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전격적인 회동 요청을 함으로써 신뢰를 얻어야만 단일화가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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