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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자수익 확대"…농협금융 '자산운용 명가' 깃발 다시 든다

[농협금융 10주년 자본시장서 미래 찾는다]

■투자총책 부활 논의

2015년 CIO 도입했다 다음해 폐지

他금융 자산운용 총괄로 수익 늘려

총자산은 3위지만 순이익은 5위

공적 역할 탓에 이자이익 확대 한계

투자증권 등 계열사와 시너지 모색


농협금융지주가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되살리는 방안을 만지작거리는 것은 비이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에 비해 덩치(총자산)는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수익성(당기순이익)이 떨어지는 것은 협동조합 특유의 공공성과 보수적인 투자 관행에 기인한다. 글로벌 금융그룹과 국내 금융그룹 간 격차 역시 비이자 이익 창출 능력에서 비롯되는 만큼 한 단계 도약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자산운용 명가’ 깃발 다시 드나=지난 2014년 말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마무리 지은 임종룡 전 농협금융 회장은 ‘자산운용 명가’라는 깃발 아래 그룹의 자산운용 컨트롤타워 설치를 지시했다. 사령탑에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초대 CIO였던 김희석 전 부사장은 국민연금과 한화생명을 거친 자산운용의 베테랑이다. 김 부사장은 지주 CIO와 농협생명 CIO를 겸직했는데 이런 조직 체계가 논란을 일으켰다.

금융 당국이 이해 상충 가능성을 제기하자 농협금융은 2016년 말 김 부사장의 겸직을 해제했다. 지주의 CIO는 농협은행·농협생명·NH투자증권·NH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자산운영 성과를 보고받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농협생명 CIO만을 겸직함에 따라 농협은행·NH투자증권에 불리하고 농협생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이후 농협금융은 자본시장에서 계열사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느슨한 방식으로 돌아섰고 지주 내 자산운용 조직의 위상도 점차 격하됐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 등이 지주사의 영향력을 키운 것과 정반대였다. 신한금융은 2017년 말 CIO에 가까운 롤을 부여받은 그룹장제를 도입했다. GID(Group Investment Division)·GMS(Global Markets & Securities)라는 매트릭스(그물망) 조직을 만들어 계열사의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구조였다.

지방금융지주 중에서는 BNK금융이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자본시장 부문을 신설하면서 그룹의 고유자산을 운용하도록 편제했다. BNK금융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룹 내 고유자금 운용 및 자금 조달 업무를 체계적으로 지원 및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자 농협금융 또한 CIO 재선임 가능성을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협금융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범농협의 자산 규모를 감안하고 국내외 금융그룹의 트렌드를 볼 때 CIO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면서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를 떠나 ‘포스트 정영채 시대’에 대한 고민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금융 총자산 3위·순이익 5위 ‘미스매치’=농협금융의 자산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말 농협금융의 신탁·펀드 등 관리자산(AUM)은 2016년 말보다 90.88% 증가한 180조 원이고 이를 포함한 총자산은 5년 전 대비 48.96% 늘어난 687조 원에 이른다. 이 중 금융자산은 154조 4880억 원, 현금 및 예치금은 12조 8451억 원, 유형자산과 기타자산은 각각 4조 3747억 원, 3조 9009억 원에 달한다.

완전 자회사가 아닌 NH투자증권·NH아문디자산운용을 제외한 농협금융의 고유자산은 약 121조 원이다. 계열사별로는 농협생명 63조 원, 농협은행 48조 원, 농협손보 10조 원으로 구성된다. 신한금융과 BNK금융이 굴리는 돈이 각각 110조 원(은행 50조 원·생명 40조 원·금투 20조 원)과 17조 3000억(은행 15조 6000억·증권 1조 6000억·기타 1000억)으로 이보다 크다. 그러나 실적은 떨어진다. 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증권·보험 계열사도 없는 우리금융과 4·5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처지다. 농협금융은 이자 이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비이자 이익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봐도 비이자 수익원 확보가 실적을 좌우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미국 4대 금융그룹 실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웰스파고 등 미국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순이익이 1238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대손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이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자 이익이 1735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4.4% 줄었으나 비이자 이익은 1876억 달러로 전년보다 9.2% 늘어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단순 합산 이익 중 비이자 이익의 비중은 △JP모건 56% △BoA 51% △씨티 40% △웰스파고 54% 등이었다. 반면 농협금융은 17%에 불과해 글로벌 금융그룹은 물론 신한금융(30%)·KB금융(27%) 등에도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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