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가뜩이나 높은 곡물 가격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기업이 확보해둔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밀 등에 여유가 있다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가 곡물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국제 곡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사료용 밀은 오는 7월 말, 옥수수는 6월 중순까지 쓸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됐다. 국내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사료용 밀과 옥수수를 수입하며 국내 사료 수입량에서 이들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사료용 곡물의 수입선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전반적인 국제 곡물가가 상승하고 수출입 관련 부대 비용이 상승해 국내 물가 상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경작 면적 비중은 전 세계의 2%, 유럽연합(EU)의 30%에 달한다. 밀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수출량의 14%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밀 가격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 2019년 말 이후 국제 밀 가격은 30% 이상 상승한 상태다. 밀을 사용하는 주요 가공식품 업체는 2020년 2분기 이후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나 업계에서는 이것이 곡물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밀 가격이 오르면 옥수수·대두 등 전반적인 국제 곡물가가 동반 상승할 개연성이 커진다. 더구나 이번 사태로 물류 운임과 유가 등이 올라 수출입 비용 전체가 상승할 수 있다.
이미 경고등이 켜진 국내 먹거리 물가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과일류는 전년 동월 대비 16.9% 올랐다. 육류(11.2%), 식용유지(8.4%), 우유·치즈 및 계란(4.8%), 채소 및 해조(4.4%), 어류 및 수산(2.7%)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이다. 품목별로 보면 김장철 수요 폭증 속 배추 값이 전년 동월 대비 56.7% 올랐고 달걀값 또한 같은 기간 15.9% 오르며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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