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강행으로 러시아 증시가 폭락하자 이를 저가매수 기회로 인식한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국내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이 40배 이상 폭증했다. 다만 25일 오전 국내 러시아 ETF가 적정가치보다 30%가량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투자에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10.15% 급락한 2만 29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해당 ETF의 거래량은 18만 408주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일일 평균 거래량(4004주)보다 4400% 급증한 수치다. 러시아 ETF를 적극 거래하는 주체는 개인이다. 전일 개인은 ‘KINDEX 러시아MSCI(합성)’를 22억 6900만 원어치 순매수해 지난 2017년 상장 이래 가장 많았다.
24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면서 러시아 증시는 요동쳤다. 전일 한때 러시아의 RTS지수는 50% 가까이 급락했고, 전면전을 시작했다는 소식에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전일 RTS지수는 최종 39.44% 급락한 742.91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러시아시장의 대폭락에도 이날 오전 10시 17분 기준 KINDEX 러시아MSCI(합성)는 전일 대비 10.30% 하락한 2만 560원에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 증시가 30% 이상 폭락해 하한가(-30%)에 가까운 가격에 거래돼야 함에도 낙폭이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시각 ‘KINDEX 러시아MSCI(합성)’ ETF의 괴리율은 34.05%를 가리키고 있다. 이는 해당 ETF가 적정 가치보다 34% 가량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괴리율은 ETF의 실제 가치인 순자산가치(NAV)와 시장가격 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일종의 기초자산과 시세의 싱크로율이라고 할 수 있다. 괴리율이 0%에 가까워야 투자자들은 손해 보지 않고 정확한 가격에 ETF를 매매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해외 주식형 ETF의 경우 2%를 초과하면 이를 공시해 투자자에게 위험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30%는 신규 진입 투자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가격이다.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 ETF 가격이 적정 범위를 크게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에 운용사들은 유동성공급자(LP)을 통해 인위적인 주문을 넣도록 시켜 ETF 시세가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개장 이후 부터 ‘KINDEX 러시아MSCI(합성)’의 괴리는 30% 수준에서 움직이면서 높은 괴리가 해소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장중 괴리율 확대 및 유동성 공급자(LP) 호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높은 괴리율을 해소하기 위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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