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침공 전날 한 연설 내용의 일부만 짧게 보도하는데 그쳤다.
북한 내부용인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은 26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23일 ‘조국 수호자의 날’을 맞으며 한 화상 연설에서 전승 세대들의 위훈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한 긴 연설 중 ‘전승 세대 위훈’과 ‘군대의 최신기술 장비 무장’에 대한 발언 등 단 3줄 인용했을 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입장을 시사하는 발언은 소개하지 않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조국 수호자의 날’(군인의 날) 연설에서 러시아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국익은 타협이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무력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직접적이고 정직한 대화, 가장 어려운 문제의 외교적 해결 모색 등에 항상 열려있다”며 “하지만 러시아의 이익과 우리 국민의 안전은 우리에겐 무조건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푸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소개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침묵 입장을 사흘째 이어가고 있다. 중앙방송은 이어 “그는(푸틴) 위대한 조국 전쟁 노병들 영용한 승리자의 세대가 나치즘을 격멸했다고 하면서 이는 오늘날 군사복무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빛나는 모범으로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 전쟁역사의 기초에는 언제나 애국주의와 인민의 단결, 조국에 충실한 아들, 딸들의 위훈이 있었다고 언급했다”며 “앞으로 군대를 최신기술 장비로 무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언명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러시아의 침공 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던 사태 초반 외무성 글을 통해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퍼뜨리며 대러 제압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러시아 편을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강행한 데 대해서는 현재까지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북한의 주요 우방인 만큼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과 논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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