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출연이 취소된 러시아 피아니스트를 대신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을 펼쳤다. 급작스러운 공연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연주를 선보인 그는 “잊지 못할 경험”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조성진은 지난 25일 밤 8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 필의 공연에 협연자로 나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조성진은 지난 2017년 카네기홀에 데뷔했지만, 빈필과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날의 의미 있는 협연은 그러나 공연 하루 전에야 출연이 결정될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공연 당일 오전 카네기홀은 공연의 새 협연자로 조성진이 투입된다고 공지했다. 당일 오전에 협연자를 공지한 것은 기존 연주자의 출연이 급작스럽게 불발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공연에는 각각 러시아 출신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함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對) 우크라이나 정책을 지지해 온 사실이 알려지며 미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트위터에 ‘취소 게르기예프(#CancelGergiev)’ 해시태그가 퍼졌고, 빈 필의 인스타그램에도 친 푸틴 인사들의 출연을 취소하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빈 필은 ‘게르기예프가 정치가가 아닌 예술가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강행하고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24일 이들의 전격 교체를 알렸다.
이에 따라 빈 필 지휘는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의 야닉 네제 세갱이 맡고, 마추예프의 빈자리를 조성진이 채웠다. 카네기홀과 빈 필은 “매우 촉박한 연락에도 오늘 밤 공연을 위해 베를린에서 와준 조성진에게 깊이 감사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성공리에 협연 무대를 끝나친 조성진은 자신의 공식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 “카네기 홀에서 열린 빈 필과 야닉 네제 세겡의 공연 막판에 투입되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한편 카네기홀은 5월 3~4일 예정돼 있던 게르기예프와 그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공연 일정도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코로나 19 확산을 이유로 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사회의 여론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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