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부쩍 늘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 친화정책으로 주주들의 불만을 진화하려는 것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이익이나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할 때 이뤄지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볼 때 ‘바닥 신호가 강해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총 51개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7개 기업만이 자사주 취득 공시를 냈던 것을 볼 때 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75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매입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곳은 18곳에 달했는데, 이마트(139480)와 셀트리온(068270)은 각각 1215억원, 8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방침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개인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259960) 의장이 100억원대 주식을 매입했으며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도 다음달 사내이사 선임을 앞두고 약 3억6890만원 어치의 주식을 담았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침체된 주가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발 긴축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가 출렁이는 가운데, 개별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자 자사주 매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 부양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52주 신저가까지 추락했던 이마트는 지난 25일 자사주 매입을 공시하고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5.8%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자사주 취득은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 매수 시점을 정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은 희소식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됐다'는 일종의 바닥 신호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공시를 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지수의 바닥을 가늠할 수 있다”면서 “월별로 2018년 10월과 11월, 2020년 3월 지수 하락 때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가 두드러졌고 그때 주가는 저점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이 반드시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으로 이어졌던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효과가 미흡한 경우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져야 중장기적인 주가 부양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들인 자사주를 아예 없애버리면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데 발행 주식 수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보다 주가 상승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처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면 미국 등 해외처럼 소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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