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우리나라에 귀화했을 때 이를 취소할 수 있는 ‘국적 취소’ 규정의 기준과 절차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법무부가 대대적인 제도 손질에 나선다. 주관적인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적용 기간도 명시함으로써 선진국 수준으로 법규를 정비겠다는 방침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적 취소 절차와 관련한 국적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작업의 일환으로 법무부는 전날 조달청을 통해 ‘주요 국가별 국적 취소 관련 법 제도 및 취소 절차 연구’를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연구 대상 국가는 △대표적 이민 국가인 미국·캐나다·호주 △후발 이민 국가인 영국·독일·프랑스 △한국과 마찬가지로 혈연 중심의 아시아 국가인 일본·대만·중국 등으로 분류했다.
현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08년 국적법 개정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귀화하거나 귀화 후 국적 회복 허가나 국적 보유 판정을 받은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허위 서류 제출 및 위장 결혼 등 부정한 방법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이미 발급받은 국적도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뺏는 강력한 법임에도 구체적인 처리 절차가 주관적이어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가장 논란이 되는 항목은 국적을 취소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이미 귀화 후 오랜 시간 한국 사회에 정착했더라도 당사자의 국적은 언제든 뺏길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독일의 경우 이 기간을 10년, 대만은 5년으로 하고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국적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적 관련 행정의 적법성 확보라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위헌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적 취소의 사유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현행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국적을 취득했다면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지만 법무부 장관의 재량에 맡길 뿐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증명 서류 위조 등에 의한 유죄 판결 확정 등 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국적 취소 절차가 검사에 의해 법원에서 진행되며 취소 사유도 ‘위법’ ‘중요한 사실’ 등의 요소로 구체화돼 있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연구 용역에서 살인·테러·성착취 등 중대한 범죄 행위에 한해서는 국적 취소 사유에 명확히 포함되도록 하는 등 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또 대상자와 별개로 불법에 대한 책임이 없는 가족은 국내 생활 기반이나 법률적 신분 관계 형성 등을 고려해 국적 취소를 제한하거나 국적 취소자의 체류 허가, 국적 재신청 허용, 출국 조치 등 사후 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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