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무역수지가 8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무역 적자 꼬리를 끊었다. 유가 급등에 수입이 늘었음에도 우리 주력 산업인 반도체 등의 호조로 지난 2월 수출이 역대 최고인 500억 달러를 넘어선 덕분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고조되면서 무역수지가 언제든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0.6% 늘어난 539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3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1%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8억 4000만 달러 흑자 전환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들어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4억 3000만 달러 적자 전환했다. 이후 1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8억 3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세가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었다. 지난달 수출액은 2월 기준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무선통신·컴퓨터·디스플레이·가전 등의 업종에서 수출이 늘었고 지역적으로도 미국·중국·유럽연합(EU)·아세안 등 9대 지역 수출이 두루 증가했다. 특히 전체 수출액을 조업 일수로 나눈 하루 평균 수출액은 26억 96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석유·천연가스·석탄 3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지난달 수입액도 2월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수출 증가세가 이를 뛰어넘었다.
무역 적자 행진은 멈췄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원자재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상승은 불안 요인”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가격 급등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석유 가격은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94.10달러로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천연가스현물가격(JKM)은 8.2달러에서 32.84달러로 4배, 석탄 역시 지난해 2월 톤당 86달러에서 지난달 톤당 237달러로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43억 4000만 달러 많은 125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영국 ICE선물시장에서 거래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99달러를 기록하며 2014년 9월 8일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넘겼다. 미국 등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시아에 대한 수출·금융 제재가 추가되면서 에너지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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