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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배달팁 공개에 자영업자만 운다

생활산업부 백주원 기자





“배달 팁을 공개하는 게 정말 효과적일까요?”

정부가 지난달 25일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주요 음식 배달 플랫폼별 배달 팁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배달비 공시제’를 도입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배달 팁 인하 경쟁을 유도해 치솟는 배달 팁을 잡겠다는 게 정부의 제도 도입 취지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단순한 배달 팁 공시·비교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플랫폼에서 배달 팁을 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도 없이 급하게 만들어낸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 팁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 같은 배달 플랫폼들이 정하는 사항이 아니다. 전적으로 배달 음식을 제공하는 자영업자들이 주어진 범위 내에서 결정하는 값이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의 경우 기본형 기준으로 자영업자가 건당 6000원의 배달비를 플랫폼에 내는데 이때 자영업자는 6000원 중 얼마를 소비자에게 배달 팁으로 부담시킬지 설정한다. 플랫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나눠 부담한 6000원의 배달비를 모아 배달 라이더 공급과 구인 프로모션에 활용할 뿐이다.

정부는 배달 플랫폼에 배달 팁 상승의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왜 자영업자가 배달 팁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부터 해야 했다. 다음 달부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프로모션을 종료한다.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라이더 임금 상승이다. 한번 시작된 단건 배달 경쟁은 멈출 수 없고, 플랫폼은 서비스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라이더가 필요하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경직성으로 배달 업계에서는 라이더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플랫폼별로 얼마의 배달 팁이 설정돼 있는지 단순 공시·비교하는 것은 자영업자 스스로 더 많은 배달 비용을 부담하라는 압박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권을 돕고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제도 도입 목적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불필요한 곳에 세금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정부는 업계에서 근본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는 라이더 수요·공급 문제를 해결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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