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12개 사가 지난 1월 말까지 시중은행에서 1917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준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예상보다 높은 데다 일부 대형 업체에 자금이 쏠려 금융 당국의 의도대로 저신용자 대출에 숨통을 트여줄지는 미지수다.
1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의 은행 자금 조달 현황’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12개 우수 대부업체가 빌린 1917억 원 가운데 80%가 대형 업체에 집중됐다. 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광주·하나·국민·전북·우리은행으로부터 사업 자금 1205억 원을 빌렸고 태강대부와 바로크레디트대부도 각각 150억 원, 16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들 3곳이 조달받은 금액은 1515억 원으로 전체 조달 금액의 79%를 차지한다.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 문턱을 가장 많이 낮춘 시중은행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아프로파이낸셜대부 △태강대부 △앤알캐피탈대부 △넥스젠파이낸스대부 △미래크레디트대부 △바로크레디트대부 △골든캐피탈대부 △유미캐피탈대부 △에이원대부캐피탈 △옐로우캐피탈대부 등 10곳에 사업 자금 496억 원을 대출해줬다.
금융 당국은 앞서 지난해 8월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제도’를 도입했다. 법정 최고 금리 추가 인하(연 24%→20%)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줄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우수 대부업자는 기존 저축은행·캐피털 등에서 연 6% 수준에 빌리던 자금을 시중은행으로부터 연 3.5~5.21% 금리로 조달했다.
금융 당국의 의도대로 우수 대부업체들이 20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지만 저신용 대출 유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 업계는 의구심을 나타낸다. 가장 큰 인센티브인 ‘조달 금리 인하 효과’가 기준 금리 상승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 이후 대부업체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리는 자금의 조달 금리는 연 4% 후반에서 5%까지 올랐다. 예상보다 하단 금리가 0.45~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업체들은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고 금리 인하 이전인 상반기 기준 전체 대부업 대출 잔액 가운데 처음으로 담보대출 비중(51.9%)이 신용대출(48.1%)을 넘어섰고 지난해 하반기는 담보대출 비중이 60% 가까이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오는 15일 우수 대부업체 유지 요건(저신용자 신용대출 전체의 70% 또는 100억 원) 첫 심사에서 예상보다 많은 업체가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점검을 통과하지 못한 대부업체가 두 번째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하면 우수 대부업자 선정은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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