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신선’ 식품 유통을 앞세워 급성장해온 정육각이 대상(001680)그룹 산하의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인 초록마을을 인수한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전에서 바로고와 마켓컬리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유기농 식품 및 오프라인 사업 진출 기회를 잡았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초록마을 매각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최근 정육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가격 등 세부 조건 조율을 거쳐 이달 중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정육각은 2016년 2월 설립된 신선육 특화 유통 기업이다. 1991년생 청년 사업가인 김재연 대표가 창업했다. 고기에 도축 일자를, 달걀에 산란 일자를 표기해 ‘초신선’ 축산품을 유통하는 전략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카이스트(KAIST)를 졸업한 김 대표를 필두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축산품 유통 과정을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IB업계에서는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정육각과 함께 바로고, 컬리, 이마트에브리데이가 초록마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컬리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000억 원 안팎으로 평가된 초록마을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했고, 바로고 역시 인수를 위해 5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상태였다. 입찰 경쟁이 붙으면 자금력이 가장 떨어지는 정육각이 불리한 구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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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육각은 예상을 깨고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우선협상자 자리를 꿰찼다. 인수금융을 타진하는 등 다양한 자금 조달 방법을 모색한 끝에 캡스톤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정육각은 조만간 기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인수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로 신성장 동력을 장착하게 됐다. 그간 축산품 온라인 유통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채소와 과일 등 유기농 신선식품으로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전국 400여개 매장도 확보하게 된다. 아울러 오프라인에 집중해 온 초록마을에 IT 기술을 적용해 온라인 사업을 확대하고 매장을 활용한 퀵커머스(즉시 배송) 사업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육각의 축산품 수요예측 시스템을 초록마을에 적용하는 등의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신사업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상그룹은 지난해 8월 초록마을을 매물로 내놓은 지 반년 만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대상홀딩스(084690)(49.1%), 임세령 대상 부회장(30.17%), 임상민 대상 전무(20.31%)이 초록마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상 일가는 초록마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상속 재원으로 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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