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발전사들로부터 사들이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지난달 평균 200원 가까이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올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된 가운데 SMP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한전의 올해 적자가 최대 20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2월 평균 통합SMP(육지·제주)는 킬로와트시(㎾h)당 197원 32전을 기록했다. 지난 1월(154원 42전)에 비해 한 달 새 27% 넘게 올랐고 1년 전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치솟은 수치다. 이로써 월평균 역대 최고치이던 2012년 7월(185원) 기록도 10년 만에 새로 갈아치웠다.
SMP는 LNG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와 함께 LNG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자 SMP도 급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월 LNG 현물의 수입 가격은 톤당 1136.68달러로 한 달 새 27% 넘게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LNG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스공사가 국내 발전사들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요금도 올 1월 GJ당 2만 2865원 37전에서 2월 2만 9261원 67전으로 한 달 새 28%가량 올랐다. LNG 수입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가 SMP 급등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지난달 일평균 SMP는 한때 216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SMP는 국제 에너지 가격과 맞물려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MP가 통상 유가에 5~6개월가량 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는 올 하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8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세계 3위 원유 생산국인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 유가가 최고 150달러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SMP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한전의 적자 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올 1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한 상태에서 갈수록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한전은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860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업손실 2조 7980억 원의 두 배 수준으로 당초 증권사 전망치보다도 적자 폭이 컸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으로 SMP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가 최대 2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MP 급등 추세를 볼 때 적어도 3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올해 영업 적자 규모는 20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은 SMP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위해 올해 들어서만 4조 원에 달하는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빚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한 전기요금 추가 인상 압박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 연구원은 “에너지 시장이 단기간에 안정화되지 않는다면 오는 2023년 요금 인상 부담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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