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보면 아이들이 휴대폰만 하고 있더라고요. 맞벌이 가정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훨씬 낫죠.”
“첫날이라 일단 등교를 시키기는 했는데 걱정이 커요. 주변에도 그렇고 저도 상황 봐서 가능하다면 가정 보육도 생각 중입니다.”
‘축 입학’ 문구와 함께 알록달록한 풍선이 입구를 장식한 서울 광진구 중광초 앞. 하얀 실내화를 들고 정문으로 걸어오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운동장 입구에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한 발짝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학부모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5학년 여학생 손을 잡고 온 할머니 황 모 씨는 “(집에만 있으니) 애들도 갑갑해 하고 (학교) 보내니까 좋기는 하다”면서도 “근데 또 학교에 보내자니 코로나19 때문에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학부모들은 맞벌이 여부에 따라 등교 수업에 대한 의견이 갈렸다. 맞벌이 부부가 전면 등교에 찬성하는 이들이 많은 것과 달리 집에서 아이를 돌봐줄 부모가 있는 경우 아직 대면 수업은 이르다는 평가도 많았다. 1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 이선영(33) 씨는 “코로나19가 걱정된다고 학교에 안 보낼 수는 없다”면서 “남편이 지금은 육아 휴직 중이지만 곧 복직하는데 코로나19가 더 심해져서 다시 비대면으로 바뀔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초등학교 2학년, 6학년 자녀를 비롯해 4인 가족이 모두 확진된 바 있는 장지연(43) 씨 “코로나19에 걸려보고 나니 학교만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든 걸릴 수 있고 복불복이라고 느낀다”며 “남편도 나도 회사를 안 다닐 수 없는 상황인데 차라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신답초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도 “집에서 국어·수학 이런 걸 해봐야 한두 시간이면 끝나는데 그러면 나머지 시간은 유튜브나 보고 이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니까 밖에 어디를 데리고 다니기도 힘들어서 집에 많이 있는데 애들도 심심해 하고 등교 수업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선문숙(39) 씨는 “최근 확진자의 동거인은 자가 격리를 안 하다 보니 더 불안한 감이 크다”면서 “자가 격리해야 되는 상황에서도 쉬쉬하며 학교에 보낼 수도 있고 증상 유무를 체크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기침합니까’ 항목에 ‘아니오’라고 답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방 약이 있는데 대면 수업을 하면 점심 약을 애들에게 못 먹여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조 모 씨도 “신속항원검사 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애들은 싫어하고 잘 안 하려고 할 것 같아서 걱정”이라면서 “(교육부에서 주 2회 등교 전 자가 검사를 권고했는데) 집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고 차라리 온라인 수업으로 하는 게 낫지 싶다”고 말했다.
국내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최근 교육 당국은 정상 등교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다만 학교별 상황에 따라 첫 2주간은 적응 기간으로 정해 등교 방식을 다르게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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