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연금 개혁’을 공언한 가운데 국민연금을 주요 국가들처럼 100% 소득 비례 연금으로 전환하고 경제·사회적 변수에 따라 연금액을 삭감·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4일 열린 ‘공적연금 개혁 방안 논의’ 포럼에서 ‘재정적·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연금제도 개편 방향(공적연금 통합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국민연금 급여 산식을 주요 국가들처럼 100% 소득 비례 연금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국민연금 급여 산식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보험료를 인상할 경우 중간 이상 고소득층이 낸 돈보다도 돌려받는 돈이 적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경우 많은 금액을 납부하기 힘든 취약 계층의 보장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윤 연구위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별적인 기초연금과 주택수당과 같은 현물급여 등을 통해 절대 빈곤선(중위소득 30%) 이상을 보장해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초연금의 경우 지난해 기준 월 54만 원 수준으로 지급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장기적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기여하지 않아도 지급받는 기초연금 급여가 많아지면 국민연금 가입 유인이 떨어지는 만큼 현금급여·현물급여로 구분하고 노후 소득 수준 및 개인의 필요 등에 맞게 차등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특히 갈등 조정 차원에서 자동 안정장치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출산율·기대수명·경제성장률 등 경제·사회적 변수들을 반영해 연금 지급액, 보험료율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당장 제도를 도입하면 우리 사회에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연금 지급액을 자동으로 깎는 핀란드의 ‘기대여명계수’ 제도를 채택할 것을 제언했다.
윤 연구위원은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무원이 현행 공무원연금 대비 낮은 국민연금을 받는 대신 퇴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 같은 방안으로 개혁하면 국가 부담은 현행 대비 0.56%포인트만 증가하는 반면 매년 공무원연금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국가 부채 흐름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공무원은 기존 9%의 보험료 가운데 4.5%는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나머지 4.5%는 납부한 보험료와 미래 급여가 연계되는 확정기여 방식으로 지급받는 구조다.
‘노인보충연금제도 도입 방안 검토’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정해식 보사연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지급 기준이 높아지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중복 수령하는 점을 지적했다. 충분한 수익이 있는 노인층까지도 기초연금의 혜택을 받으면서 실제 지원을 필요로 하는 빈곤 노인이 방치된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 노인에게 추가로 연금·수당을 보충하는 노인보충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정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도입 초기인 지난 2008년에는 지급 기준이 단독 가구 소득 월 4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80만 원까지 늘어나게 됐다”며 “단일한 연금제도, 정액 연금 급여 방식으로는 노인 빈곤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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