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산불이 경북 울진읍까지 위협하면서 진화에 초비상이 걸렸다. 소방 당국은 헬기와 지상 장비, 인력을 대거 투입해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나 강한 바람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 영향구역은 현재 약 1만145㏊로 확대됐다. 주택 193채 등 시설물 281곳이 불에 타는 등 피해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주민 대피령도 속출하고 있다.
이번 불은 오후 들어 강풍을 타고 무서운 기세로 남쪽으로 향했다. 불길은 기존 산불 영향구역을 벗어난 남쪽인 울진읍과 죽변면으로 급속도로 번지면서 산불이 근접한 마을 주민에 대피령이 이어지고 있다. 또 울진읍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방 당국이 헬기 51대를 투입해 공중진화를 시도했으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상에는 인력 3700여 명을 구역별로 배치해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산불 남하 저지를 목표로 했지만 바람이 강하고 헬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산불이 강한 북서풍을 받아 남하한 상황이어서 울진읍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이어 "야간 산불로 넘어갈 경우 인력을 울진읍 방어에 집중하겠다"며 "내일 아침에 대기 중인 헬기 총 51대를 일시에 투입해 내일까지 주불 진화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울진과 삼척 산불 피해 규모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불 영향구역은 오후 5시 기준 약 1만145㏊로 대폭 늘었다. 축구장(0.714㏊) 1만4208개 면적에 해당한다. 울진의 영향구역이 9489㏊, 삼척이 656㏊다.
산불 영향구역은 전날 밤 3300㏊, 이날 오전 6066㏊, 이날 오후 2시 8571㏊에 이어 계속 급증하는 추세다. 주택 193채 등 시설물 281곳이 소실됐다.
산불이 울진읍 등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있다. 울진 읍내까지 산불이 덮쳐오자 울진군은 호월3리, 정림2리 등 울진읍 16개 마을 주민 6500명에게 문자 등을 보내 울진국민체육센터 등으로 대피할 것을 안내했다. 실제로 대피소에 가 있는 주민 수는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불이 전기 선로를 덮치면서 이날 오후 2시 52분께 울진읍 연지리 주택 521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전 경북본부는 전날 오후 8시부터 한울원전에서 봉화, 영주로 이어지는 345kV 송전선 6개 회선 중 4개 회선을 예비적으로 차단했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산불 남하 저지와 함께 원전, 가스충전소, 송전설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등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날 밤 한울원전과 삼척 LNG 생산기지, 송전선로를 지켜낸 당국은 이날 산불 남하에 다시 원전 등 방어에 전력을 쏟고 있다. 현재 강릉∼동해 구간 고속도로, 국도, 해안도로는 물론 철도까지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까지 산림 피해면적은 강릉 옥계·동해가 450㏊, 삼척 260㏊, 영월 김삿갓면 75㏊, 강릉 성산 20㏊로 집계됐다.
재산피해는 강릉 옥계 주택 4채와 삼척 주택·군 초소 각 1채가 전소됐고, 삼척 원덕읍 고포마을회관 1층도 일부 소실됐다. 동해에서는 유명 펜션을 비롯해 묵호와 망상에서만 각각 19채와 10채가 타는 등 건물 31채가 피해를 봤다.
강릉 성산면 송암리 산불을 제외하고 강릉 옥계·동해, 삼척, 영월 모두 진화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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