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복고) 열풍이 다시 유통가를 휩쓸고 있다. 10~20대에게 신선한 소비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구매력이 높은 40대에게 향수 자극 상품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통가는 레트로 열풍을 일거양득의 기회로 보고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패션 트렌드 중 하나는 'Y2K'다. Y2K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크롭티(배꼽티)와 벨벳 트레이닝복, 아가일 패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990년대를 겪어본 적 없는 10~20대 사이에서 Y2K 패션은 ‘힙한’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에 유행했던 '포켓몬스터 빵'도 최근 화려하게 복귀했다. SCP삼립이 지난달 출시한 포켓몬 빵은 일주일 만에 150만 개가 팔리며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빵 봉지에 들어있는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는 유행이 10대까지 번지면서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일부 지역에선 포켓몬 빵 배송 차량을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편의점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Y2K 패션와 포케몬 빵 부활 과정에서 나타난 X세대의 소비 파워다. CJ온스타일이 지난달 21~27일 봄 패션 쇼케이스를 진행한 결과, 총 주문금액은 110억 원에 달했다. 크롭 가디건과 아가일 니트 등 Y2K 패션을 주력으로 내세웠는데 주문 고객 중 40~59세가 구매자의 75%를 차지했다. 강렬한 이미지와 짧은 기장으로 2000년대 초반 단골 아이템이었던 크롭 데님 자켓은 30분 동안 2000개가 판매됐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포켓몬 빵을 구매한 고객 중 40대 이상이 11.7%로, 10대(12.6%)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점도 주목된다. 포켓몬 빵이 X세대의 추억을 환기했기 때문으로 유통가에서는 보고 있다.
X세대의 동참에 따른 레트로 열품은 올 한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022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엑스틴 이즈 백'(X-teen Generatin)을 꼽았는데 현재의 레트로 열풍이 이에 해당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도 "X세대는 트렌드에도 뒤쳐지지 않고 경제력까지 갖추고 있어 새로운 소비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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