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사람이 150만 명에 달하는 최악의 난민 위기에서 난민 수용에 유독 인색한 영국 정부가 안팎의 질타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웃 나라인 몰도바가 자국 인구의 5%에 가까운 난민을 주저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반면 영국이 지금껏 수용한 난민은 단 50명이다. 프랑스는 영국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비자 차단을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일부 우크라이나 난민의 입국을 막고 있는 영국의 비자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러시아 침공 이후 프랑스 북부 지역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400명 중 150명이 영국으로 건너갈 수 없었다”며 "그들은 비자 신청을 위해 파리나 브뤼셀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 칼레에 특별영사관을 설치해 비자 서류를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프랑스에는 약 2500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도착했으며 이 중 일부는 영국·스페인·포르투갈로 흩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난민들에 대한 문호 개방을 주저하면서 유럽 각국의 비난을 받고 있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비자 발급이 승인된 우크라이나 난민은 50명가량에 불과하다. 온라인으로 비자를 신청한 5535명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은 “비자 발급이 지난 4일 시작됐다”면서 빠른 비자 발급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낮은 비자 발급률에 대해 “수치스럽다”며 영국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보다 신속히 움직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비자가 없는 우크라이나인에게도 최대 3년 동안 EU 27개 회원국에 머물고 일할 수 있는 포괄적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자국 내에 친척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만 비자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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