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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연금 코파펀드 12년 만에 '마침표'

작년 신규펀드 조성 무산 이어 올해 폐지 결정

2011년 도입해 SK·포스코·CJ 해외 진출 발판

KT&G·한전 등 투자 논란 속 최근 성과도 부진

한국전력·국민연금이 공동 투자 이후 조기 회수한 미국 콜로라도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사진 제공=양금희 의원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 도입한 ‘코퍼레이션 파트너십 펀드(코파펀드)’가 12년 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국민연금이 지난 2011년 KT&G를 시작으로 5조 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해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 의욕을 복돋웠다는 평가를 받지만 기대보다 수익성이 낮고 실제 투자도 저조한 경우가 많아 코파펀드를 종료하기로 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코파펀드 출자 계획을 수립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새로운 기준의 코파펀드 출자 방침을 밝힌 후 대기업 3~4곳과 1조 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논의했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실사 등이 막히며 무산됐다. 연금 측은 2011년 이후 코파펀드 투자 전반을 종합 검토한 결과 수익률은 높지 않고 최근 기업들의 해외 투자 자금이 부족하지도 않다고 판단해 펀드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코파펀드는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해외 진출 및 M&A를 지원하는 한편 기업의 해외 사업 수익을 연금 가입자가 향유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연금이 자금을 맡기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에서 좋은 투자처를 찾고 감별하는 능력을 키워 자산운용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장점도 기대했다.

실제 2012~2014년에는 한국전력과 포스코 등 20여 개 기업이 코파펀드 조성에 참여, 붐이 일기도 했다. 포스코의 해외 진출에 투자한 코파펀드는 2013년 캐나다 아르셀로미탈 소유 철광석 광산을 1144억 원에 인수하고 브라질의 희귀 금속 광산에 7억 달러(약 8600억 원)를 투자했다. 그 이후 원자재 수요가 폭등하며 국민연금은 짭짤한 배당 수익을 챙겼고 포스코는 제철 사업에 필수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국민연금이 SK·CJ그룹과 각각 조성한 코파펀드도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 5000억 원 규모로 만들어진 CJ 코파펀드는 특히 2015년부터 중국 물류 회사인 CJ로킨과 베트남 제마뎁, 식품 소재 기업인 브라질의 세멘테스 셀렉타 등에 투자하며 CJ의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다만 조기에 해외 투자를 확대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된 측면도 있어 CJ로킨은 지난해 중국계 펀드에 매각했다. 제마뎁과 셀텍타 역시 CJ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코파펀드는 사업 환경이 낯선 해외에 투자를 하다보니 적지 않은 문제점과 투자 손실을 안기도 했다. KT&G는 인도네시아 담배 회사인 트리삭티 인수 후 코파펀드를 통해 351억 원을 투자했지만 트리니티 회계 처리문제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았고 펀드는10년 만에 원금만 회수했다.

한전 역시 2016년 칼라일그룹이 보유한 미국 콜로라도주 알라모사 태양광발전소 지분 전량을 397억 원에 인수했지만 적자를 기록하다 예정 투자 기간을 앞당긴 2020년 현지 사업에서 손을 뗐다. 국민연금의 수익은 2%에 그쳤고 한전은 사업 계약 해지 등에 191억 원의 매몰 비용을 부담했다.

한전의 코파펀드는 2013년 8000억 원의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2367억 원을 투자하는 데 머물렀다. 동원과 KT·LS그룹도 각각 3000억~5000억 원의 펀드를 조성했지만 단 한 건도 투자하지 못한 채 펀드를 청산했고 넥센과 롯데의 코파펀드를 통한 해외 투자 계획도 구두선에 그친 바 있다. 업계의 한 핵심관계자는 “남은 코파펀드의 자산들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한 후 (펀드를) 청산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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