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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금융위 해체" 한 목소리 …차기 정부, 감독개편 칼 뽑을까

금감원과 정책·집행 역할 충돌

대선 과정서 해체 법안 쏟아내

산더미 현안에 개편 쉽지않을듯





금융권에서는 차기 정부에서 현 금융 감독 체계가 개편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짤 인수위원회가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위원회가 구성되고 활동하는 오는 4월께 금융 감독 체계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선이 확정된 후 인수위가 꾸려지는 데 2~3주가 걸릴 것”이라며 “인수위가 본격 가동돼야 전체 정부 부처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하고 그 과정에서 금융 감독 체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여야 모두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논의 동력은 높은 편이다.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이원화된 체계가 비효율적이라는 데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금융위가 금융 산업 정책과 감독 정책을, 금감원이 감독 집행 기능을 맡으면서 정책과 감독이 충돌해 사모펀드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용우·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금융위를 해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 산업 정책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만들어 감독 정책 기능을 맡는 내용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감원에 대한 국회 통제를 강화하고 금융사 임직원에 중징계를 내릴 경우 금융위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금감원의 힘을 빼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기획과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를 분할하겠다고 해 금융위·금감원의 연쇄적 개편을 시사했다.



다만 실제 개편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 관련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직 개편이 각종 이슈를 덮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이 같은 이유로 국민의힘 정책본부가 선거 과정에서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국회에서 금융 행정 체제 개편과 관련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데 비단 이번에만 그런 게 아니고 과거 19대, 20대 국회에서도 유사한 내용들이 발의된 바 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지속이나 금융 불균형 심화 등 여러 가지 현안이 많기 때문에 당면 현안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 감독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책과 감독 기능의 충돌을 꼽으며 새 정부에서는 금융 감독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 기능은 정부의 경제 정책 담당 부처로 이관하고 금융 감독 기능은 독립된 공적 금융 감독 기구에 이관하는 것이 금융 산업 발전과 금융 소비자 보호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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