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지난 한 주간 미국 반도체 주식과 기술주의 3배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사들였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값 급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자 공격적인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직원 비중이 높아 주가가 반 토막이 난 미국 소프크웨어 기업 이팸시스템즈(EPAM)도 250억 원가량 쓸어 담았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9일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불 3X ETF(SOXL)’로 집계됐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3배를 추종한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해외 종목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였다. 이 ETF는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한다. 엄청난 변동성을 자랑하는 두 종목은 각각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속슬’과 ‘티큐’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서학개미들의 주요 단타 종목이다.
최근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자 단타 성향의 서학개미들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인 팔라듐과 네온 가스의 공급 부족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도체 주가가 하락했다. 2일 40.12달러였던 SOXL은 7일에는 29.58달러로 단기간에 26%가 빠졌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 기간에 총 9638만 달러(약 1185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러시아는 글로벌 팔라듐 공급량의 44%를, 우크라이나는 글로벌 네온 가스 공급량의 70%를 담당한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2015년 네온 가격이 10배 오르면서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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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나스닥이 3일부터 4거래일 동안 내리 급락하면서 서학개미들은 총 7749만 달러(약 953억 원)어치의 TQQQ를 순매수했다.
잘 알려진 대형 기술주 외에 이 기간 동안 2037만 달러, 약 250억 원어치를 사들인 이팸시스템즈가 매수 상위 1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인 이팸시스템즈의 매출은 대부분 미국에서 발생하지만 우크라이나·벨라루스·러시아 직원이 전체 직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저렴한 인건비로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혔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달 25일 382.43달러였으나 이달 7일에는 174.8달러까지 떨어져 54% 하락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 애플(5249만 달러·약 649억 원), 테슬라(4918만 달러·약 605억 원), 알파벳A(3436만 달러·약 422억 원) 등의 기술주를 공격적을 매집했다. 최근 주가 하락이 컸던 리비안(3075만·약 378억 원), 루시드 등 전기차들도 매수 상위 목록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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