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옷이 가벼워졌습니다. 날씨가 추워 주머니에 손을 꼬옥 넣고 다녔는데 이번주 들어선 니트에 얇은 외투를 거쳐도 지낼 만합니다. 풀린 날씨만큼 주식시장의 온기도 되살아나면 좋으려만, 여전히 2600선을 맴도는 코스피를 보면 주식시장의 봄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전세계 증시가 전쟁이 보내는 경기 시그널에 따라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는 있지만, 어째서인지 중국 시장은 꽁꽁 얼어붙기만 하면서 다시 겨울로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중학개미분들의 심경은 복잡합니다. 빅테크 규제, 헝다그룹 부도 위기로 작년 계좌가 크게 망가졌는데 올해 들어서도 전기차 섹터가 크게 부러지고 홍콩 증시는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으면서 지하실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전세계 ‘넘버 2’ 경제 대국, 최소 경제성장률 5%가 기대되는 독보적 성장 우위의 국가 등등 타이틀은 화려한데 왜 중국 계좌는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직접 펀드를 굴리는 운용역들이 전하는 ‘중국 투자 노하우’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1. 요즘 中증시는 어떤가요☞'내우외환' 홍콩 13년만에 최저
3월 중국 시장은 어두컴컴합니다. 2월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지난달 말일까지 미국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12.1%, 8.2% 빠질 때 중국의 상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의 낙폭은 각각 4.9% 2.6%에 그쳐 방어력이 돋보였습니다. 작년 ‘전세계 증시 중 최약체’라는 오명을 딛고 시장이 훈훈해지는 듯했습니다. 미국 등 주요 국가가 기준금리를 높이며 통화정책 정상화 고삐를 바짝 죄고 있는데 서둘러 긴축을 단행했던 중국은 반대로 금리를 낮추며 부양책에 힘을 줬고, 높아진 가격 매력에 글로벌 자금들이 미국을 빠져나와 중국행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3월 기류가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들어서만 상해종합지수는 6.3% 조정받았고 특히 홍콩H지수는 12.0% 급락하면서 지난 11일 장 중 한때 7000선이 붕괴되기도 했습니다. 홍콩 H지수가 7500선이 뚫린 것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의 일입니다.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중국의 소비·고용이 악화하면서 경기 경착륙 경고음이 커졌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정학적 위험성까지 부각됐고, 높이 뛴 에너지 가격도 경제 둔화 우려를 키웠습니다.
또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로 5.5%를 제시해 골드만삭스(4.3%) 등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이를 구체화할 추가 정책 없이 심심하게 폐막되면서 정책 모멘텀도 약화했습니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양회를 앞두고 증시에 정책 모멘텀을 기대하는 시각이 있었지만) 양회에서 언급된 내용은 지난해부터 언급됐던 것들이라 최근 증시에 하방 압력을 높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리스크를 상쇄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2.올해 증시전망은 ☞연말 시진핑 3기 출범…상저하고 기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를 침공으로 투자 셈법이 복잡해졌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증시가 ‘상저하고’ 형태를 보일 것이라 진단하면서 상승 모멘텀은 살아있다고 봅니다. 전세계가 유동성 파티를 즐길 동안 중국은 선제적인 유동성 긴축과 부채 상환을 지속해 통화정책 운영에 여유가 있고, 올해 말 ‘시진핑 정부 3기’ 출범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정책적 배려도 기대됩니다. 현동식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해사무소장은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저금리와 유동성 파티를 즐기는 동안 거꾸로 유동성 긴축과 부채 상환을 지속해 왔다"며 “이는 미국과 달리 금리를 인하하거나 신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적 대응 카드를 충분히 비축해 놓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전쟁, 미국 분쟁 격화는 잠재된 변수입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시장에서 잊혀졌지만 지난달 미국이 중국 기관 33곳을 수출입 미검증 목록에 추가하고, 지난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회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5개 중국 기업의 주식예탁증서(ADR)를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가 예정돼 있어 3분기 미·중 분쟁 이슈가 다시 부각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中투자 꼭 필요한가요☞“성장 궤적 확고… 변동성은 기회"
극심한 변동성. 투자자들이 중국에 질색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중국의 유독 큰 변동성은 정책과 사회 시스템의 낮은 예측 가능성에서 기인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강도의 일련의 규제가 돌출하고, 높은 불확실성에 지수의 진폭은 유독 거셉니다. 지난해 정부 규제로 사교육 업체가 망하다시피 하는 일이 발생하고 헝다그룹 부도 위기까지 덮치면서 실제 지난해 많은 국내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짐을 쌌습니다.
이같은 성과 부진, 규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성장 우위 국가인 중국에 대한 일정 부분 투자를 가져가라고 조언합니다. 중국은 전세계 경제 비중의 20%를 점유할 만큼 세계 경제 기여도가 큰 것은 물론 경기 하방 압력에 노출됐음에도 올해 5% 안팎의 고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과거보다 낮아지는 추세지만 연 5% 성장은 상대적, 절대적으로나 매우 높은 수치이며 변동성에 겁먹어 이 같은 성장 시장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기는 아쉬움이 크다는 목소립니다.
1980년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는 2000배 뛰었지만 경쟁자 유·출입, 증시 수급 상황에 따라 주가가 무한히 급등락을 그리면서 그 상승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주가 상승 추세가 견고해도 그 과정에서 굴곡은 수반을 피할 수 없는 셈입니다. 현 소장은 "변동성이 크냐 작냐는 장기 투자 측면에서 중요한 기준이 아니다"며 "핵심은 국가가 성장 추세를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이며 일정 부분은 중국에 대한 비중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미국과 중국 증시가 역으로 움직이고 있어 분산투자 차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입니다.
4. 뭘 사야 하나요?☞'육성의지 굳건' 전기차·친환경·반도체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전기차, 바이오, 플랫폼 등 성장주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단기적으로는 대형 금융주, 에너지, 부동산 업종이 피난처로 꼽힙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신재생 에너지, 2차전지, 신인프라 테마에 주목하라고 공통되게 추천합니다. 지난해 가팔랐던 상승의 반작용으로 이들 성장 업종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중국 당국이 탄소 중립을 국가 의제로 밀고 있어 친환경 산업의 성장 방향성은 뚜렷하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또한 미국 패권 다툼으로 자국 밸류체인 구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인프라 업종에도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운용센터장은 “중국은 산업별 밸류체인의 국산화가 필요한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중장기 정책 기반인 14차 5개년 계획(21~25년)이 탄력을 받는 초기인 만큼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시진핑지수'로 불리는 STAR50지수에 대한 투자가 개인 입장에서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전기차, 친환경, 반도체 산업 육성은 향후 중국 5~10년을 끌고 가는 큰 틀”이라며 이들 섹터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5. 中 투자팁은?☞ 액티브·장기·대형주 세가지 기억하라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는 미국과 성격 자체가 다르다면서 새 관점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합니다. 우선 미국과 달리 중국은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액티브 투자 전략이 먹힌다고 말한다. 지난해 1~11월 미국 주식형 액티브펀드의 85%가 S&P500지수 상승률을 밑돌았지만, 시장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국은 액티브 전략으로 초과 수익을 노릴 기회가 보다 열려 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모닝스타에 따르면 중국 액티브펀드의 지수 대비 승률은 48.5%로 미국(18.5%)과 일본(24.3%)보다 높았습니다.
높은 정보 비대칭성으로 적극적인 종목 탐색이 중요한 시장이지만 중·소형주에 대한 섣부른 투자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이 본부장은 “중국은 시장 전반보단 보다 업종, 테마 등에 액티브 투자가 효과적”이라며 “다만 중국은 제도적 불투명성이 높기 때문에 중·소형주 개별 투자는 말린다. 중국 중소형주 투자는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는 격”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독 변동성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라는 조언도 강조됐습니다. 비록 출렁거림이 극심하지만 긴 시각에서 본다면 단기 변동성은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입니다. 김대영 KB자산운용 실장은 “근본적으로 주식 투자는 특정 시기를 잘 맞춰 베팅하는 것보다 좋은 기업을 골라 배당, 주가 상승을 향유하는 활동”이라며 “중국형 펀드의 연도별 성과를 본다면 등락폭이 상당히 높지만 시계열을 늘려보면 여타 금융 상품보다 장기 수익이 우수하다. 긴 안목에서 접근한다면 현재의 단기적인 출렁거림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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