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발표가 끝난 후) 어떤 피드백을 주고 받았는지 공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에서 열린 우아한형제들의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 ‘우아한테크코스(우테코)’에서는 차세대 개발자를 꿈꾸는 교육생들이 서로의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비록 가상 현실이긴 했지만 교실 별로 각자 학습하고 수행한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모습이 흡사 진짜 학교에서 실습하는 현장 같았다.
우테코는 정보기술(IT) 개발자 부족 사태가 유통 업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이 직접 우수 개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시작한 일종의 직업 전문 학교다. 매년 기수별로 50~120여 명의 교육생을 선발해 10개월 간 교육한다. 모집 분야는 웹 백엔드와 웹 프론트엔드로, 실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개발 역량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우테코는 우아한형제들이 모든 교육비를 부담한다. 우테코를 총괄하는 박재성 우아한테크코스 이사는 “개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보다는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업계의 개발자 인력 풀을 넓히자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우아한형제들에서도 좋은 신입 개발자를 채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육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육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말하기’ 연습. 우테코는 2주 마다 혼자 혹은 짝을 지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주고, 이를 서로 발표하고 토론하도록 한다. 또 우테코를 수료하기 위해서는 총 4번의 글쓰기 과제까지 수행해야 한다. 우테코가 말하기와 글쓰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소통이야말로 효과적인 학습과 앞으로의 현업 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자신이 한 과제에 대해 직접 말하면서 스스로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인식하는 ‘메타인지’ 역량을 키우게 하고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학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역량도 중요하지만 말하기와 글쓰기는 사회인의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우테코는 현장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을 멘토로 적극 활용했다. 교육생들끼리 토론을 거친 과제는 선배 개발자들의 1대1 피드백을 받는다. 특히 다른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들의 경우 멘토 한 명이 담당하는 교육생의 수가 100명을 훌쩍 넘는데 반해 우테코는 최대 15명으로 제한했다. 그렇다 보니 현업을 병행하는 멘토 입장에서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교육생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교육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컴퓨터 공학이 전공인 우테코 4기 교육생 김윤기씨는 “대학교에서는 스펙용으로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누군가와 같이 개발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다”며 “우테코에서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다운 개발자’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4기 교육생 강윤호씨는 “경쟁 없이 서로 도우면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주입식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에 탁월하고,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높은 수업 만족도는 취업률이라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1기의 경우 우아한형제들을 비롯해 카카오, 네이버파이낸셜, 쿠팡, 야놀자 등에 취업하며 취업률 95%를 기록했다. 2기 졸업생들도 삼성전자, 카카오, 라인 등 대기업부터 마이리얼트립, 백패커, 드리머리 등 스타트업에 취업하며 96%의 취업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11월 교육을 마친 3기 또한 높은 취업률을 기록 중이다.
우데코가 이처럼 긍정적 성과를 거두자 업계에서도 우데코 수료생을 선호하는 현상이 생겼다. 일례로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는 최근 개발자를 모집하면서 우대자격요건으로 ‘우테코’ 참여자를 내건 바 있다. 박 이사는 “경력 개발자보다 우테코 수료생들을 신입 개발자로 채용하는 게 더 낫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이전 기수들이 현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니 이후 기수들이 혜택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사람들이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지방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박 이사는 우테코를 키우고 싶지만 멘토(교육자) 채용 문제에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우테코처럼 질 좋은 개발자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멘토가 필요한데 실제 현장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이 교육자로 지원을 잘 안 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개발자 양성보다 더 어려운 것이 교육자 양성”이라며 “우테코 출신 개발자들이 많아지면서 멘토로 활동하는 경우가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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