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독립적인 이사들이 냉철하고 합리적 이성을 갖고 집단지성을 발휘해 의사 결정을 내립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이기에 더욱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상정되는 안건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하윤경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는 지난 11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시간을 거듭할수록 진보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이사 7명 중 5명이 사외이사이고 김종훈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하 이사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조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한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하 이사는 홍익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화학·에너지 분야의 권위자이며 김 의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지낸 산업 통상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하 이사는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상법으로 규정된 6년의 최대 임기를 모두 채우게 됐다. 하 이사는 “이사회에서 과학기술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될 때는 제가 의결이나 보고 과정에 오류나 이슈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하 이사는 강조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회에서 토의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면서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에서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국 기업 이사회가 일명 ‘거수기 문화’라는 오명을 입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 강화로 이사회 경영이 부각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부터 이사회의 임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 이사회에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은 물론 평가 및 보상을 하도록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명실상부한 독립된 최고 의결 기구로 격상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에서 인사평가보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하 이사는 “충분한 전문성과 경력, 성과와 리더십, 윤리 의식 등을 지속 검증하며 CEO 후보군을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 이사는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른 여성 사외이사 이슈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이상적으로는 여성이 특별하게 인지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유리 천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여성을 갖다 앉히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회사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동등한 인격으로 인식을 전환했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ESG를 중시하는 사회적 기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하 이사는 이달 말 사외이사로서의 임기를 마친 후 후학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6년간의 사외이사 업무가 힘들었지만 행복했다”면서 “다른 이사들의 의견 등을 들으며 스스로도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제 사외이사 업무가 끝난다고 하니 시원섭섭하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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