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이번주 주식시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올해 1분기 기업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업이익 전망이 상향된 종목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52.15포인트(1.92%) 내린 2661.28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3조 755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코스피 방어에 나섰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각각 2조 7746억 원, 1조 1113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하락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전주 대비 9.25포인트(-1.02%) 하락한 891.71로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273억 원, 2036억 원을 사들였고 외국인은 2282억 원을 순매도했다.
지난주 국내증시는 서방이 대 러시아 제재의 강도를 높이며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등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에 사로잡혔다.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는 비관론이 국내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1월 경상수지가 18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거뒀지만석유와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흑자폭은 1년 전과 비교해 50억 달러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통계를 보면, 1월 경상수지는 18억 1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하지만 1년 전인 지난해 1월(67억 8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폭이 49억7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원자재 값 급등으로 수입(554억6000만 달러) 증가폭이 34.4%로 커진 게 원인이 됐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서 수출 중심의 국내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하자 외국인과 기관이 국내 증시를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기업들의 올해 실적 추정치를 살며보면 매출액은 1개월 전 대비 0.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이과 순이익은 각각 4.5%, 4.7% 떨어져 기업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주 증시는 러시아의 만기국채 상환 일정에 긴장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중앙은행 해외자산 동결 조치로 러시아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서로 버틸 여력이 없는 만큼 이번 사태가 후반부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신흥국 시장의 위험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오는 15일(현지시간)부터 열릴 예정인 미 FOMC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발 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빅스텝(50bp)’ 금리인상 카드를 쓰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김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자산축소(QT)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면서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상황을 감안하면 파월 의장이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울 공산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빅스텝에 나설 경우 국내 증시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25bp 금리인상에 그칠 경우 안도감이 퍼지며 시장에는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되지만 6월 중 50bp 금리인상 가능성이라는 불안 요소를 안고 가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은 여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FOMC까지 시장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에 따라 대응전략은 디테일하게 잡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빅스텝을 선반영하며 코스피가 2500선대 진입시 변동성을 활용한 비중확대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고, 25bp 금리인상 기대로 안정세를 이어갈 경우 2600선 위에서 등락 시 비중확대 시점을 늦추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1월 말 기준 코스피지수 2600은 PBR 1배로 이익 전망치가 본격적으로 낮아졌던 시점을 제외하면 코스피가 PBR 1배를 크게 내려간 적은 없었다.
변동성이 커진 국면에서 전문가들은 이익 개선 흐름을 나타내는 종목을 살펴볼 것을 권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상향됐거나 상대적으로 하향폭이 적었던 업종은 운송, 에너지, 반도체, IT하드웨어, 필수소비재, 은행, 비철금속이었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큰 가운데 증가한 비용을 판가에 전가할 수 있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