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사업 비중이 큰 화장품주와 면세점주가 14일 줄줄이 급락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중 갈등 조짐이 감지되는 것도 중국 소비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화장품주로 구성된 ‘타이거 화장품 상장지수펀드(ETF)’는 전 거래일 대비 5.42% 내린 2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해당 ETF가 5% 넘게 급락한 것은 지난 2020년 8월 18일 6.36% 하락 이후 1년 7개월여 만이다.
특히 중국 현지 매출 비중이 큰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의 주가는 이날 각각 8.06%, 7.68% 빠진 15만 4000원과 84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쳐 충격이 컸다. 외국인과 기관은 두 기업을 각각 678억 원, 94억 원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 영향으로 24조 원에 달했던 양 사의 시총은 이날 하루에만 2조 원 가까이 증발해 22조 142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밖에 코스맥스(192820)(-9.47%), 한국콜마(161890)(6.07%), 클리오(237880)(4.98%) 등 화장품주 대부분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다. 화장품주 외에도 중국 소비 영향이 큰 면세점주 등 관련주도 큰 충격을 받았다. 호텔신라(008770)와 신세계(004170)가 이날 각각 6.47%, 5.35% 주가가 크게 밀리는 등 면세점주도 하락 폭이 컸다.
화장품주가 이날 악몽의 하루를 보낸 것은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소식 때문으로 추정된다. 외신을 종합하면 인구 1700만 명의 광둥성 선전시는 이날부터 주민 외출 금지령을 내리고 도시를 봉쇄했다. 코로나19로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 4대 도시가 봉쇄된 것은 처음으로 중국 내 소비가 둔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도 이날 급락했으며 국내 중국 관련주들도 연쇄 타격을 입었다. 유독 하락 폭이 컸던 이유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방역 체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중국 정부가 내놓아서다. 이제 막 방역을 풀기 시작한 다른 나라의 사정을 볼때 중국 내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정점을 지나고 방역을 완화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화장품주는 중국 내 매출 비중이 큰 만큼 향후 주가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현지 및 국내 면세점 합산 매출 비중이 8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맥스와 클리오도 중국 매출 비중이 각각 50%, 15%에 달해 실적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점도 중국 관련주의 변동성을 키울 요소로 봤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중국에 군사 장비와 경제 원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만약 중국의 러시아 지원 사실이 확인될 경우 서방의 대중 제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신혜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이동 제한으로 내수 소비 위축과 매장 영업 중단 등이 예상돼 중국 관련주 주가가 빠졌다”며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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