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아파트 시장이 관망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싱가포르 역시 지난달 주택 거래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싱가포르 정부가 세금 등 주택 관련 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싱가포르 도시개발청의 발표를 인용해 지난달 현지의 주택 판매량이 527건으로 전월(680건) 보다 22.5% 떨어졌다고 15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20년 5월(487건)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거래량이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업체 오렌지티&타이의 크리스틴 선 리서치 부문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주택 판매량은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대폭 감소했다"며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거래량이 위축된 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최근 부동산 관련 대출을 강화하고 세금을 인상하는 등 고강도 주택 규제를 단행한 데 따른 결과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달 1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매할 경우 매기는 추가 취득세(Additional stamp duties)를 12%에서 17%로 올렸다. 3주택 이상일 경우 취득세는 기존 15%에서 25%로 급등한다. 법인의 취득세 역시 25%에서 30%로 상향조정됐다.
싱가포르 당국은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대출규제를 강화,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60%에서 55%로 조정했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의 원리금 상환비율이 전체 소득의 55%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신규 대출이 허용된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정부가 이처럼 고강도 주택 규제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현지 주택 당국에 따르면 주택 가격은 지난해 1분기에만 9% 상승했으며, 상반기 거래 총액은 240억 달러(한화 약 29조8056억원)에 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수치가 뉴욕 맨해튼의 같은 기간 거래 총액의 두 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최근 주택 규제와 시장 흐름은 국내 상황과 닮은 꼴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20년 6·17 대책, 7·4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와 법인의 취득세를 강화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단계 DSR규제를 앞당겨 시행하면서 올해부터 총 대출 2억원는 차주들은 40%의 DSR 규제를 받게 된다. 이에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1월 2만4465건으로 급감해 통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싱가포르와 국내 주택 규제의 다른 점도 있다. 국내의 경우 현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20여 차례의 대책이 시행된 반면 싱가포르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2018년 이후 3년 만에 나온 규제다. 시장 흐름에도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의 경우 6년 간 하락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상승한 반면, 국내 부동산 시장은 2013년 이후 9년 째 상승 중이다.
규제에 대한 현지 반응은 싸늘하다. 부동산 서비스업체 세빌스의 알란 청 연구부문 수석이사는 "이번 정책 수단은 마치 적군이 등 뒤에 서있는데 바다를 향해 총을 겨누는 꼴"이라며 "수요의 상당 부분이 생애최초 구매자인데 세금을 올리는 것은 2018년 정책이 그랬듯 효과를 보기 어려운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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