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유(290380)위니아그룹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분쟁 중인 홍원식 남양유업(003920) 회장의 백기사로 나섰다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남양유업 인수는 사실상 물 건너 갔는 데, 300억원이 넘는 거액의 계약금마저 날릴 처지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대유홀딩스와 홍원식 회장간 체결한 매각 양해각서(MOU)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홍 회장이 또 항고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차례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홍 회장은 여전히 대유와 맺은 계약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대주주 법률 대리인 측에서 가처분 인용에 대한 항고 절차를 밟는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홍 회장측 입장은 백기사로 나섰던 대유위니아그룹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서 대유홀딩스는 14일 남양유업 최대주주 일가와 맺은 협약이 해제돼 남양유업 주식에 대한 매매예약 완결권이 소멸됐다고 공시했다. 홍 회장 측에 계약금 320억 원을 지급하고 경영진 20여명을 파견하는 등 인수 의지를 드러냈으나 법적 분쟁이 남양유업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발을 빼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유홀딩스의 통보에도 홍 회장 측은 가처분 인용 및 계약 해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홍 회장 측이 계약해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계약금 320억 원을 놓고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대유홀딩스는 계약 해지를 공시한 만큼 계약금도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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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 회장 측은 "계약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계약 위반에 따른 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계약금 반환을 논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계약이 한앤코와 소송 마무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계약금을 반환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대유홀딩스는 지난해 11월 19일 남양유업 주식 37만 8938주를 3107억 원에 인수하기 위한 매매예약 완결권을 받았다. 남양유업과 한앤코와의 소송이 마무리되면 경영권을 넘겨 받는다는 내용이 계약에 포함돼 있다. 아직 한앤코와 분쟁이 종결되지 않은 만큼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홍 회장 측 논리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3000억 원을 웃도는 계약인 만큼 계약서에 해지 사유와 계약금 반환 조건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을 것"이라며 "양측의 해지 사유에 대한 해석이 다를 경우엔 계약금 관련 분쟁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알토란 같은 자금과 그간 들인 유무형의 노력들이 물거품될 가능성도 신경이 쓰이지만 어렵게 다져온 그룹 평판이 악화하게 돼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대유위니아그룹이 홍 회장의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설때도 IB업계에선 실익을 얻기가 쉽지 않은 딜인데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20년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높여 온 명성에도 적잖이 금이 가게 됐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만도와 동부대우전자 등을 인수하며 M&A업계의 실력파로 인정받았으나 남양유업 인수 실패에 이어 법적 분쟁에도 휘말려 골치를 앓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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