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6일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삼성전자(005930)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제안한 사내·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모두 높은 찬성률로 통과했다. 삼성전자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지난 11일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공개하며 다른 주주들의 반대표 동참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국민연금은 17일 열리는 효성화학(298000)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안에도 반대할 예정이지만 재계는 이 안건 역시 찬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97.96%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표결 결과 출석한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는 44억 329만 6612주로 찬성 주식 수는 43억 1360만 2631주다. 주총에서 일반 주주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은 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었지만 투자업계의 관심은 경계현 DS부문장과 박학규 경영지원실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쏠리기도 했다.
지분율 8.69%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일찌감치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감시 의무 소흘 등을 이유로 두 이사의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경계현 사장은 찬성률 86.34%로, 박학규 실장은 85.11%의 찬성률로 각각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사실상 국민연금 외 다른 주주들은 모두 이들 사내이 사 선임에 찬성해 국민연금은 소위 ‘왕따’ 신세가 됐다.
국민연금이 반대했지만 통과한 안건은 이 뿐이 아니다. 김한조 전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의 사외이사 선임안,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의 감사위원 재선임안에 반대했지만 각각 69.53%, 74.4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체면을 완전히 구기면서 투자업계의 눈길은 17일 열리는 효성화학 주주총회로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이창재 사외이사·감사위원 선임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후보자와 회사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사외이사·감사위원으로서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가 김앤장 변호사인데, 효성이 김앤장에 여러 소송건을 맡기고 있어 사외이사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후보자 선임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앤장 변호사이긴 하지만 전문성이 높고 효성과 관련된 소송도 맡고 있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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