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6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로봇’과 ‘메타버스’를 비롯해 인공지능(AI)·5세대(5G)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했다. 기존 AI, 5G, 전장 부품 등 미래 사업 후보군에 로봇과 메타버스를 더하면서 글로벌 업계가 주목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방침까지 거듭 천명하면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달아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부회장이 천명한 회사의 향후 경영 전략의 핵심은 ‘성장 모멘텀 확대’다.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선두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 각 국의 보호주의 확대 등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성장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고민의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로봇·메타버스와 관련해 이미 상당한 기술력 확보를 이뤄놓은 상태다. 한 부회장이 대표적인 신사업 사례로 꼽은 로봇의 경우 지난 2020년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타진한 뒤 지난해는 ‘로봇사업팀’으로 한층 격을 높이면서 구체적인 진전을 보였다. 그는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 시장이 연평균 32%씩 성장해 오는 2025년에는 약 211조 원을 웃도는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메타버스 또한 각종 마케팅 행사 등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면서 적응력을 높인 데 이어 관련 기기 출시 준비에 나선 상태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전시장에서 “메타버스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가 최근 화두”라고 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상 발표로 삼성전자가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춘 신성장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짐없이 갖추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신성장 동력 후보군을 빠짐없이 골고루 갖추게 됐는데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로 본다”며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적극적인 M&A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지난해(900명)보다 2배가량 많은 1600여 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삼성전자 DX부문장인 한 부회장,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이 나와 사업 부문별 경영 현황에 관해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한 부회장은 고사양 게임 시 스마트폰의 과열을 막기 위해 갤럭시S22의 화면 해상도 등을 강제로 저하시키는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에 대해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했다”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경계현 DS 부문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사장 4명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김한조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으로 뽑혔다. 김 의장은 전임 박재완 의장에 이어 두 번째로 사외이사로서 의장을 맡게 됐다.
이날 주총장에서는 주주들의 송곳 질문과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9만 원대까지 오른 삼성전자 주가가 30% 넘게 하락했는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달라” “삼성의 주인은 주주인데 삼성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