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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at]사우디·인도 “위안화로 원유거래 검토”…우크라 사태로 고개드는 ‘페트로위안’ ?

사우디 '이란 핵협상'에 불만

中 수출분 위안화 결제 협의

값싼 러 원유 구매하려는 印

서방 제재에 위안화 지불 추진

中 신냉전 국제질서 틈새 공략

'기축통화 달러' 위상에 균열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 기류가 짙어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러시아에서 원유 거래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 경제 질서에 대항하려는 중국의 야심과 유라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로 촉발된 각국의 원유 수급 문제가 맞물려 견고했던 ‘패트로달러’의 지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간) 사우디가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놓고 두 나라가 협의에 돌입했다고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국 간 협의는 지난 2016년 시작된 후 사실상 정체됐다가 최근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1974년 당시 리처드 닉슨 미 행정부로부터 군사 지원 등 안전을 보장받는 대가로 달러화로만 석유를 거래해왔다. 48년간 이어진 페트로달러 체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미국과 사우디의 경제 관계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1990년대 초 한때 하루 200만 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수입했지만 2021년 12월 현재 수입량은 하루 50만 배럴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경제성장과 함께 지난 30년간 급증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사우디의 적국인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보다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도 사우디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WSJ는 만일 사우디가 위안화를 기준으로 원유 가격을 책정하고 결제한다면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달러화의 지배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세계 원유 수입량 1위 국가로 사우디가 수출하는 석유의 25%를 사들이고 있다.

인도 역시 러시아와의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를 결제 통화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는 방안을 러시아 정부와 협의하고 있으며 결제 통화로는 위안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것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이 저가에 판매되는 러시아산 원유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인도는 자국의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7% 상승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기축통화인 달러화나 유로화 결제가 어려워지고 러시아 루블화의 통화가치가 폭락한 상황에서 양국은 인도 루피화 또는 중국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중심의 금융 결제 시장 질서의 빈틈을 파고들겠다는 노림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선명해진 신냉전 구도에서 서방 주도의 국제 질서를 거부하는 국가들 포섭해 세계 금융시장 질서 재편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구매력을 앞세워 원유 거래 시장에서 위안화 결제를 도입하려는 중국의 ‘페트로위안’ 시도는 이의 일환인 셈이다.

둥샤오펑 중국 인민대 정양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서방의 대러 제재는 다른 가치를 가진 국가들이 새로운 무역 질서를 수립하도록 부추길 뿐"이라며 "서방의 제재는 이들 국가가 현재의 국제 무역 체제로부터 독립을 모색하도록 더욱 자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우디의 원유 결제 기준 통화 변경 움직임이 가시화할 경우 추후 러시아나 앙골라·이라크 등도 이에 동참할 수 있어 미국 달러화의 지위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워싱턴DC 소재 글로벌안보연구소(ISO)의 갤 루프트 소장은 "석유 시장을 비롯한 상품 시장은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갖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며 "(결제 통화라는) 벽돌이 빠지면 벽은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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