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을 큰 폭으로 늘린 폭스바겐그룹이 올해 전동화 전략에 한층 속도를 높인다. 전기차 수요 급증에 대응해 전용 공장 전환과 신규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새로운 연구개발(R&D)센터도 세운다.
폭스바겐은 16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2022년 연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성과와 올해 전동화 전략의 청사진을 공유했다. 랄프 브란트슈타터 폭스바겐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가속화(ACCELERATE) 전략으로 폭스바겐은 테크놀로지 기업으로의 전환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위기에 더 강하고,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덮치면서 폭스바겐도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작년 판매대수는 490만대로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위기 속 수익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차량 판매 수익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761억 유로를 달성했고, 특수항목 반영 전 영업이익도 2020년보다 20억 유로 급증한 25억 유로로 집계됐다.
전기차 부문의 성과는 더욱 인상적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36만9000대의 배터리 전기차(BEV)를 전 세계에 공급했다. 2020년과 비교해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이 10만6000대, 전기차가 26만3000대를 차지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에만 3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했다. ID.4와 ID.5를 비롯해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ID.6 모델을 선보였다.
폭스바겐은 올해 전동화 전략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먼저 독일 츠비카우 공장을 전기차 전용 생산시설로 전환하고, 독일 엠덴과 하노버,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는 내년 첫 전기차인 ID.3 생산을 시작하고 이후 2026년에는 두 번째 전기차 ‘트리니티’를 만든다. 트리니티는 충전시간을 크게 단축하면서도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700㎞에 달한다. 최첨단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도 들어갈 예정이다.
8억 유로를 투입해 신규 R&D센터도 짓는다. 새로운 전기차 플랫폼 SSP와 트리니티 개발이 이 곳에서 이뤄지게 된다. 이를 통해 자동차 프로젝트 기간을 54개월에서 40개월로 줄이는 등 개발 기간을 25% 단축한다는 목표다.
다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에 새로운 악재로 급부상한 우크라이나 사태는 변수로 꼽힌다. 브란트슈타터 CEO는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불가능하다”며 “다만 지난해에도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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