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국의 강에 또다시 빠져들고 있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나온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최소한의 동지 의식도 없다”며 집단 반발의 움직임이 표출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조국 사태와 문재인 대통령 책임론 등 대선 패배의 원인을 공론화조차 못하고 꼬리를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 나온다.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6일 광주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조국 사태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공정의 가치를 잃어버린 뼈아픈 과정이자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분열하게 만든 내로남불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난 1월 정경심 교수의 대법원 판결 때 청와대와 민주당은 반성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채 위원이 조국 사태를 정조준하자 당 안팎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오는 모습이다. 민형배 의원은 “광주 현장 비대위에서 나온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며 “이런 말들을 제어할 수 없다면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자격 미달이다. 채이배 위원을 즉각 내보내라”고 주장했다.
당내 지지층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도 한목소리로 성토하면서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황교익 씨는 “민주당 분위기가 다들 조국한테 욕을 하니까 자신도 욕하지 않으면 조국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강박 같은 게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면서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비교할 만한 것으로 욕을 하자”며 채 위원을 비판했다. 황 씨는 전날에도 “민주당이 조국을 버리면 나는 민주당을 버리겠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열 양상은 문 대통령 책임론을 놓고 반복되고 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사에 반성이 담겨야 한다’고 언급한 채 위원을 향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해야 할 평가는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거나 지난 시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사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채 위원의 처신은 갈림길에 선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비상대책위원의 언사로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필요할 때는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당내에서는 조응천 의원과 채 위원 등 소신파들이 비대위의 간판이 되면서 역설적으로 지지층 분열은 심화되는 모순에 빠졌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서울 등 수도권의 싸늘한 민심을 고려하면 소신파들의 목소리가 더욱 부각되는 것이 옳다”면서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비대위 지도부마저 또다시 휘둘리면 지방선거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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